물그릇 키우기보다 물 관리 체계 정비부터
물그릇 키우기보다 물 관리 체계 정비부터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1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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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댐 물관리 체계 점검

부처 간 이해다툼으로 물 최상위법 입법 미뤄져
양보다 질 고민, 대도시보다 농촌 지원 확대해야


우리나라의 댐 건설은 1996년 특정다목적댐법 제정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창립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의 댐과 저수지는 1만8천여 개에 달한다. 그 중 높이 15m이상 대형댐도 1,200여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한 물 부족국가다. 국토해양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용수사용 증가로 2011년 8억톤, 2016년 1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 4대강 정비 사업에 나서고 있다.

김현경 녹색성장위원회 사무관은 “기후변화와 물 수요 급증으로 국민이 받을 물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 된다”며 “4대강 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물 공급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댐과 수중보를 건설해 국토의 물그릇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전국 저수량의 68%, 연간 약 100억톤의 물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지역 특성에 적합한 수원의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규모의 댐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는 전제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국은 더 이상 물 부족 국가가 아니며 일방적인 중앙정부의 물 관리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겸훈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한남대 교수)는 “물그릇을 키우기보다 물 관리를 효율적으로 잘하면 댐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지금 있는 댐 규모 두 배의 효과를 가져 올수 있다”며 “수자원을 양적인 확대로만 바라보면 오히려 환경 파괴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물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강댐 건설 백지화 사태에서도 보듯 추가적인 댐 건설에 대한 환경단체의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대형댐을 지을 수 있는 곳은 큰 강의 중류이기 때문에 상류지역의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면서 “도시 지역에 대한 물 공급은 충분히 이뤄진 상태로 도서, 산간, 연안 등의 물 부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지 대형댐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댐 건설로 '물의 도시' 된 안동

▲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안동댐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77년 지어진 안동댐과 93년 준공된 임하댐으로 안동은 ‘양반의 고장’에서 ‘물의 도시, 안개 도시’로 변했다. 그 중 안동댐은 저수용량이 12억톤에 달하는 대형 다목적댐으로 태백, 봉화, 안동 지역 등에 수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댐 건설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안개로 인한 기관지 고통이나 농작물 피해에서부터 홍수조절을 위해 댐에서 일시에 방류하는 경우 하류 지역 주민들의 불안, 또 물이 흐르지 않고 담겨 있으면서 발생하는 탁도로 인한 수질오염 등 다양하다.

2002년, 2003년 연이어 내습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다량의 토사(최고 1,221NTU)가 유입되면서 안동댐과 임하댐엔 비상이 걸렸다. 물 색깔이 거의 황토 빛으로 변하면서 수질오염 우려를 부른 것. 관계기관은 탁수저감 대책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였으나 지난해 태풍으로 안동댐의 탁도는 기준치보다 240배 높아진 상태. 상류 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였으나 하류 쪽으로는 가라앉은 토사가 벌건 황톳물로 변해 흐르고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담수된 물의 중간층에서 펌프를 이용해 탁도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주민들의 물에 대한 불신은 높아져가고 있다.

댐 건설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84년 임하댐 건설이 확정고시 되고 87년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500호가 넘는 주민들 중 3/4은 정든 고향마을을 등지고 외지로 떠나고 남겨진 이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을 받고 인근 야산을 개간해 만든 이주지로 집단이주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주한 이주지는  경사도가 심해 균열과 누수로 고생하지 않는 집이 없었다. 

주민 강두진(63)씨는 “민심도 사납고 삶에 대한 질도 형편없이 떨어졌다”면서 “주민들 60% 이상이 농촌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태반이 신용불량자 신세”라고 한탄했다.

공급자 중심의 물 관리 체계

▲ 서애 유성룡 고택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하회마을도 한때 하회보 건설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부용대에서 하회마을과 마을을 휘감고 도는 하회천 모습.
공급자, 중앙정부, 대도시 중심의 현행 물 관리 체계로 인한 불평등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대형댐과 같은 공급시설은 사회적 수요와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토건 사업이 또 벌어지는 것은 중앙정부의 일방주의가 물 관리정책의 이면에 묵직히 자리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 관리에 관한 모든 계획은 중앙정부가 수립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예산에 의존해 집행만 하는 이원화 체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자원 관련 주요 법령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물 관련 현행 법률은 85개가 있는데 국토부, 환경부, 행안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별로 이해가 달라 체계적인 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전만식 강원발전연구원 수자원연구센터 연구원은 “법률 간의 중복, 국가차원의 수자원 관리 목표와 기본원칙이 법제화되지 않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부처 간 이해다툼 때문에 최상위법인 물 기본법(안)의 입법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도시, 내륙중심의 물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륙지역은 광역상수원 개발을 통해 인근 지역의 일관 수혜가 가능하지만 섬 지역 또는 산간벽지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 자체적인 물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봄 가뭄으로 올해 2월 39개 시·군 88개면 9,980세대에 운반급수를, 54개 시·군 159개면 36,229세대에 제한급수를 실시했다.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이 대부분 모두 면 지역 소외계층임을 알 수 있는 통계다. 이들은 수도관거가 연결되지 않아 우물, 소규모 관정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부가 농촌지역 투자를 외면하고 있어 가뭄 때마다 힘겨운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노후관로로 인해 줄줄 새는 누수율도 문제다. 2007년 환경부와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마을상수도 총 22,725개소 가운데 설치년도가 25년 이상 된 시설이 전체 47%로 나타났다.

관망 노후화로 인한 누수율은 전국 평균 14.2%, 2006년 기준 매년 6천4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 대도시의 유수율과 누수율은 양호한 반면 전남, 경남, 전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것이 현실.

이 밖에 들쑥날쑥한 수돗물 가격도 지역 불균형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이는 수자원공사에서 판매하는 댐 원수 가격, 광역상수도 요금은 동일한데 반해 각 지자체가 관할하는 지방상수도요금은 자체 취수원이나 자체 상수원 시설여부, 관로의 설치 주체 등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두 개의 요금체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수공, 댐 말고 수질관리 나서야”      
[인터뷰]최윤환 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
    
   
▲ 최윤환 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낙동강 상류 주변에 쌓인 중금속 더미를 가리키고 있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 곳곳을 도보로 몇 번이나 걸었다는 최윤환 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을 짓는데 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수질 관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취재단을 이끌고 경북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로 향했다. 이곳은 낙동강 상류지역으로 일제강점기 때 금·은·구리·아연을 채굴하던 천보, 칠보광산 등 20여개가 넘는 광산이 몰려있던 지역.

70년대까지 아연제련소가 존재하면서 광산규제가 없는 틈을 타 제련과정에서 발생한 침출수들을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서 카드뮴, 비소, 구리, 납 등이 함유된 중금속들이 수십 센티미터가 넘는 더께로 굳어져 있었다.

최 위원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기 전에 중금속 더미부터 걷어내라고 관계기관에 수차례 진정서를 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당했다”면서 “산성비에 녹아 씻겨 내린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수질오염은 물론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의 발길은 다시 안동 하회보로 향했다. 정부는 당초 하회마을 앞(부용대 옥연정사~만송정 나루터)에 길이 300m, 높이 3m의 고무보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최 위원장은 “이런 곳에 보가 설치되면 강의 흐름과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다행히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지만 정부가 무분별한 댐 건설보다는 저류지 확보 등을 통해 자연 상태에서 홍수를 막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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