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활동보조서비스는 선택 아닌 생존권
②활동보조서비스는 선택 아닌 생존권
  • 김동효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승인 2009.11.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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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김동효의 장애 ‘톺아보기’

2007년 1월 24일,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장애인들이 서울시청 앞 국가인권위원회 11층의 배움터에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독소조항 철회를 위한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25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집단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호남권에서는 필자를 포함해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상근자 3명이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분노하며 이와 같이 극단적인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보건복지부가 2차례에 걸쳐 발표한 활동보조사업 지침 때문이다.

당시 활동보조지침의 골자는 첫 번째 활동보조 대상제한(1급 장애인 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와 차상위 200%), 두 번째 연령제한(18세에서부터 65세까지-18세 이하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잘 케어하고 있다는 논리로 대상에서 제한되었음), 세 번째 활동보조 서비스시간제한(월 최대 80시간), 네 번째 자부담 10% 부과(이용자 본인부담금)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4가지의 조항을 중심으로 활동보조 서비스가 시행된다면, 전국적으로 활동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들 중 일부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과거처럼 타인에 의해 선택된 시설에서의 삶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독소조항을 본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연결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중증장애인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집단 단식이 하루, 이틀 계속되면서 장애인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단식 농성자들은 동료들이 하나 둘 쓰러지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하철 역사에서 거리 선전전을 하면서 본인들의 요구를 시민들에게 알려나갔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자 쓰러지는 장애인들의 수는 더욱 늘었고, 이를 지켜보는 다른 활동가들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들도 2주 이상 단식을 하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육체적으로 불편한 장애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고 일부 장애인들은 유시민 장관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독소조항의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3주가 지나고 나서야 보건복지부는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고, 결국 집단단식농성 23일 만에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장애인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처절한 투쟁을 바탕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서비스 시행 3년째인 지금도 예산을 핑계 삼아 1급 장애인 중 약10%(25,000명)에게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시간이나 자부담, 대상제한 그 어느 것 하나도 폐지 된 것 없이 제한적으로 말이다. 

광주의 상황은 어떠한가 돌아보자. 작년에 광주에서 살아보겠다고 서울에서 내려왔던 한 장애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채 1년도 살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의 정도가 같은 장애인이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생활이 가능하고,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비극이다.

타 지역의 장애인들은 지자체에 활동보조서비스가 중증장애인에게 있어 생존권과도 같다는 것을 열심히 설득시켜, 월 200시간 혹은 300시간도 받아내고 있지만 광주는 아직까지도 최대 180시간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주하면 타 지역 사람들은 민주나 인권을 떠올리지만 이 지역 장애인들의 삶은 6대 광역시 가운데 최악이다. 광주가 앞으로 진정한 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존과도 같은 활동보조시간을 타 지역보다 더 많이 늘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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