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한국어와 피부색에 집단 따돌림 겪어
미숙한 한국어와 피부색에 집단 따돌림 겪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9.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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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소통과 상생을위한 다문화가족④자녀양육과 한국어교육 문제점
언어능력 부족으로 학습부진 심각
문화충돌로 정체성 혼란에 시달려

 

▲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집단 따돌림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동남아시아계 자녀들은 미숙한 한국어와 다른 피부색깔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더 높게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음<시민의소리 자료사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박모(13세. 광주B초등학교)양은 사회과목을 싫어한다. 박양은 수업시간에 일본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면 친구들은 “일본 놈들 나쁜 놈들” 하며 욕하는 말이 꼭 자신의 어머니를 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한국과 일본을 이어주는 문화전도사가 꿈인 박양은 가끔씩 엄마가 외국사람이라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만 일본말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에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일본말을 배우기가 쉽지 않지만 저는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고 일본에 가는 저를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다문화가정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동생이 자신과 같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할까봐 걱정이다. 박양은 “저도 당해봐서 알지만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차별을 받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고 당차게 말했다. 박양은 의지가 강한편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박양처럼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계 자녀들은 미숙한 한국어와 피부색깔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국인 어머니를 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높다. 전남도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 취학자녀가 학교나 학원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해 봤다는 응답이 12.3%, 경험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1.4%, 모르겠다는 응답이 16.2%로 조사 됐으며 따돌림 받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43%로 가장 많았고 부모 중 한사람이 외국인 출신이어서가 16.5%, 태도와 행동이 다른 아이와 달라서가 9.9%,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8.5%, 외모가 다른 아이와 달라서가 5.3% 순으로 나타났다.

 

 ▶ 언어능력 부족으로 인한 학업부진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언어능력 부족으로 학습부진의 정도가 심각하다. 이는 말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가정자녀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독해와 어휘력, 쓰기, 작문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화순군에 거주하는 필리핀 이주여성 L씨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아이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학교 공부를 도와주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고 언어발달은 다른 아이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며 ”전반적인 학업성적은 그냥 보통은 되는 것 같은데 국어는 확실히 떨어지고 받아쓰기를 가장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주여성들은 자녀교육에 있어 학교숙제와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겨주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한다. 전남도 통계에 의하면 자녀양육에 있어서 애로점은 한국말이 서툴러서 자녀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응답이 17.9%이며 숙제 도와주기가 19.2%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방문양육·한국어교사를 양성, 1인당 4가정씩을 선정하여 주 2회 2시간씩 ‘찾아가는 방문교육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 수 부족과 이주여성과의 의사소통부재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문화 충돌로 정체성 혼란

 

이주여성 자녀들은 어머니 나라 문화와 한국문화. 두 문화가 이중으로 혼재된 가정교육을 경험함으로써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심과 출산을 경험하는 이주여성들은 영∙유아기 자녀와 애정관계를 순조롭게 밟지 못하는 경향이 높다. 이는 미숙한 한국어와 남편과 시부모의 편견이 작용한 탓이 크다. 이주여성들이 본국의 풍습으로 자녀를 키울 경우 시댁의 반발이 만만치 않으며 어머니 나라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에 따라 기초적인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머니를 무시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높은 실정이다. 최미경 화순 다문화가족 양육방문 교사는 “현재 5살이 된 이주여성자녀 L군은 한국어 언어수준이 2살 정도이며 어머니와 시댁의 양육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정서적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며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이주여성 자녀들은 학교진학 시 집단 따돌림을 받을 가능성이 많으며 청소년기에는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 부적응 행동이나 문제행동 등을 일으켜 사회병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취학자녀의 따돌림을 당한 이유<자료제공:전남 도청>

▶ 초∙중등 교육프로그램 개발 시급

 

현재 전남지역 이주여성자녀 수는 6,048명으로 이중 5세 이하가 53.7%로 가장 많으나 2008년 통 계임을 감안하면 지금 까지 영∙유아 위주의 사업프로그램은 대폭 전환되고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010년이면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될 다문화가정자녀 재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학교생활과 성장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장기적 안목에서 사춘기 자녀 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청소년 센터와 연계나 다문화청소년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혼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이주여성이 본국에서 데리고 온 자녀들에 대한 교육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주여성 재혼자녀들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일반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처지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새날학교’가 있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안 학교로서 인정받지 못해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청이 교육청과 협조관계를 통해 검정고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대안교실이나 학교를 마련, ‘교육 받을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사소통장애, 자녀양육 걸림돌”

[인터뷰]박은자 장성다문화가족센터 방문한국어·양육교사 팀장

 

   
2008년 3월 문을 연 장성군 다문화가족센터는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및 취∙창업교육, 한국사회 적응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자녀 ‘방문양육교육’에 힘쓰고 있는 센터는 14명의 방문교사를 채용, 집합교육에 참여할 수 없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아동양육 방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팀장은 전직 영어교사인 박은자 씨가 맡고 있다.

▲방문교육의 내용은

-임신, 태교, 출산에 대한 교육과 영∙유아기 및 취학자녀 발달주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앙건강센터가 발간한 양육 매뉴얼 양식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방문교사는 50~70시간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강자자격이 주어진다. 교육내용은 광범위 하지만 주로 영∙유아기에 대한 교육이 많다.

▲양육문제에 있어서 이주여성과 시댁 간에 갈등관계는

-남편과 시부모의 편견이 문제다. 남편들은 이주여성들이 본국의 풍습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한국말을 모르더라도 모성 본능이 강한 이주여성들은 아이의 양육권에 관한 집착이 강하다. 남편이나 시부모 눈에는 이주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서툴게 느껴지고 이로 인해 갈등관계를 일으킨다. 결국 이주여성들이 양육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태교 때는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는 어머니만의 독특한 역할이 있지만 남편과 시부모들은 “어차피 한국아이로 커갈 거니까 모국어로 태교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며 가족 간 불화를 일으켜 상담한 사례도 있다.

▲이주여성 자녀들의 정서불안의 출발점은

-조기출산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나이가 많은 남편의 요구에 의해 이주여성들은 빨리 아이를 갖게 된다. 따라서 이주여성들은 한국생활 전반에 대한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불안한 심리적 상태에서 임신하게 되고 이것이 그대로 아이에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방문교육의 어려운 점은

-일단 이주여성들과 의사소통이 어렵다. 시집 오자마자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어가 서툴다. 이로 인해 자녀양육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어렵다. 특히 우리말 용어에 대한 깊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나 ‘정체성혼란’ 등 특수한 말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또한 방문하기로 한 날짜와 시간이 맞지 않아 저녁 늦게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이주여성들이 취업상태에 있거나 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어 약속 시간 잡기에 애를 먹는다. 심지어 일주일에 3~4회 가는 때도 있으며 토∙일요일에 방문하는 교사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고 싶은 사항은

-실질적인 복지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일회성 행사에 이주여성을 불러내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만 본국 방문을 위한 경비를 조달해 주거나 의료보험 적용 폭을 확대하는 등 이주여성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복지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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