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65%가 한국어 교육 사각지대…가족 배려 아쉬워
이주여성 65%가 한국어 교육 사각지대…가족 배려 아쉬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9.08.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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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통과 상생을 위한 다문화가족 ②의사소통과 언어교육

몽골에서 광주로 시집온 여성 땨와냠(28)씨는 광주시 남구청 평생학습과가 운영하는 한글교실에서 매일 2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2007년 7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따와냠씨는 “어디를 가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며 “한글교실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따와냠씨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남구다문화시설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글교실은 한국어 강사가 1명뿐이고 강의실이 비좁아 30여명만이 수강을 하고 있다.

농어촌 사정은 더 열악하다. 우선 다문화 관련시설이 부족하다. 전남 22개 시·군 중 13개 시·군만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되 있다. 그나마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전체 이주여성에게 손길이 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의 경우 이주여성 수는 385명이다.

이중 센터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수는 40여명이며 방문교사에 의해 ‘한글교육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96명이다. 전체 65%가 한국어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가정은 비교적 건강한 다문화가족에 속한다 남편이나 시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2개월만 교육받으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데도 남편과 시부모의 비협조로 제대로된 언어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나주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이주여성들.

전남 22개 시·군 중 13곳만 관련시설 있어

 다문화센터에 대해 남편이나 시부모의 시선이 고운 것만 아니다. ‘센터에 나가 헛바람이 들어 도망간다’는 불안감이 있어 남편들은 아내의 외출을 꺼린다. 이주여성들은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자국여성과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 국적취득문제, 가정폭력, 본국송금문제 등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처지를 다독이며 위로의 공간으로 삼기도 한다.

홍기술 나주다문화센터장은 4년동안 한번도 센터에 나오지 않은 가족에게 방문을 권유하자 남편이 “그냥 놔두라, 우리가 알아서 한국말을 가르칠테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 배려 절실…먼 거리도 장애요인
 
농어촌의 경우 다문화센터와 거주지 간 거리가 먼것도 문제점이다. 오지에 사는 경우 다문화센터에 나오는데까지 2~3시간 걸리기도 한다. 현재 한국어 방문교사는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4가정을 방문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는 경우가 드물고 애초에 약속한 시간과 맞지 않아 주 4회 방문하는 일도 종종 있다.

화순다문화가족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인희 방문교사는 “거리가 멀어 차 유지비가 적지 않게 들고 직장이나 양육문제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방문하기를 원하는 가정이 많아 사명감 없이는 80만원 박봉으로 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애로점을 털어놨다. 또한 센터에서 교육 받는 이주여성들의 차비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대부분 저소득층이 많기 때문에 왕복 4~5천원의 교통비는 이주 여성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다.

다문화센터 교육프로그램은 일방적인 한국문화 알리기와 주입식 한국어 교육으로 짜여져 있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남편도 아내의 말과 문화?풍습을 이해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송윤선 화순다문화가족센터장은 “일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어머니 나라 말을 쓰지 못하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통과 공존을 위해서는 남편이나 시부모가 아내나 며느리의 말을 배우려는 자세와 아주여성국가의 문화와 관습 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화순군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이주여성들.

민간단체 지원책 마련도

 
현재 광주광역시의 경우 다문화가족센터 2곳, 건강가정지원센터 2곳, 쉼터 1곳, 긴급지원센터 1곳 민간단체는 10여곳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지만 많은 수의 민간단체들은 운영비 지원 없이 자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한글강사 강의비는 문론이고 교재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원봉사로 이뤄져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보와 지자체는 민간단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조속히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민간단체를 없애지 않을 계획이라면 최소한 강사비와 교재비만이라도 지원해줘야 한다. 아울러 민간단체와 프로그램을 공유하거나 한국어 강사를 파견하여 유기적 협조체제를 갖춰야한다.

한국어교사의 전문성 부족

다문화 관련 영역에서 근무하는 한국어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이들의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고 다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야 습득을 위해 다문화종사자 교육프로그램 및  보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장덕순 장성군다문화센터본부장은 “이주여성에게 체계적인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한국어 강사와 방문교사들의 질적 수준이 중요하다”며 “한국어 교수법과 교원양성과정을 위한 센터건립 등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실태조사결과 43%의 이주여성이 언어습득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하였고 부부생활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역시 의사소통곤란이 42.1%로 언어문제로 인한 고통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비교적 초기에 자녀를 출산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원활한 자녀 양육을 위해서도 제계적인 한국어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강화시켜야 한다. 다문화 가족지원센터가 사회복지 전달 체계로서 일하고 있으나 예산과 시설의 미비로 통합적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상옥 광주북구다문화센터장은 “다문화 가족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다문화센터 총괄하는 종합적인 센터가 필요하다”며 현재 광주시가 추진 중인 “국립 광주다문화패밀리센터 건립이 하루 빨리 성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상기 <시민의소리> 대표이사, 김무진 다문화소식지 편집위원

"가족의 배려가 우리말 익힘 지름길"
   
▲ 홍기술 나주다문화가족센터장

[인터뷰] 홍기술 나주다문화 가족센터장

목회 활동을 하면 2008년부터 나주시다문화가족센터를 운영해온 홍기술 센터장은 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주다문화가족센터는 매주 월요일, 목요일날 초·중·고급반으로 나누어 ‘언어교육’강좌를 열고 있으며 방문한국어 교사 12명, 방문양육교사 12명을 채용, 찾아가는 방문교육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 어느 정도 교육이면 아주여성들의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집중적으로 교육에 참가하면 약 2개월이면 기초적인 우리말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출석률이다. 가사일과 양육, 남편과 시부모의 소극적 태도가 걸림돌이다.

▶ 일부 남편과 시부모가 소극적인 이유는.

 센터에 나가 다른 이주여성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의 처지와 비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부 이주여성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 가출하는 경우도 있어 남편들은 아내가 센터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 의사소통과 취업의 상관성은.

 당연히 취업이 어렵다. 일자리가 부족할뿐더러 한두 달 교육 받고 직장생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문화가족은 저소득층이 많다. 생계유지와 가족에게 송금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만 의사소통의 장애로 상당수가 좌절하고 센터로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 의사소통의 장애에 따른 가족 간의 불화는.

처음 한두 달 동안은 우리말이 서툴러도 이해하는 분위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절망하는 가정이 많다. 남편이나 시부모가 무슨 일을 하라고 지시하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이주여성들이 엉뚱한 일을 할 경우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많다. 실제로 의사소통 장애로 이혼을 상담하는 시부모도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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