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막는 것이 중소병원 살길”
“의료민영화 막는 것이 중소병원 살길”
  • 노해경 기자
  • 승인 2009.07.16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우승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전 정책위원장

지역 병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의 공세와 정부의 의료선진화 방침을 종속변수로 삼고 나름의 생존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개별적인 궁여지책일 따름이다.

대부분은 몰락할 것이고, 이들 중 몇몇은 살아남더라도 수도권 대형병원의 지역 지점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에서 바람직한 의료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온 우승관 전 정책위원장은 지역 중소병원 살리기의 핵심은 ‘올바른 의료 체계 만들기’, ‘의료의 공공성 확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역 환자들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한다. 우 정책위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병원의 홀로서기가 아닌 상생 방안을 살펴봤다. 이하 일문일답.

▲ 우승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전 정책위원장
▲지역병원 살리는 공동노력 없다.

의료인들의 성향을 보면 우리사회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인생의 고비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는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과·소아과·내과 등 개인의원들이 많이 없어진 것이 현실이지만, 의사 개개인들은 이런 위기가 자신을 비켜갈 것이라 판단하는 것 같다. 오히려 영리병원 도입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 시 의사회도 여기에 편승해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판단하는 듯 특별한 반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몰고 올 의료 독과점 현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지역병원 어떻게 살리나.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어 지역민들이 편리하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의 핵심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민영화 저지다. 현재 1·2·3차 의료기관은 서로 경쟁하는 체계고, 행위별 수가제는 이를 부추긴다. 1차 의료기관은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예방중심으로, 2차 의료기관은 전문의가 담당하는 치료중심으로, 3차는 대학병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연구중심으로 그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중소병원들이 투명경영을 실현하도록 유도하고 지역에서 자기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광주서도 주인이 몇 번씩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병원들이 많다. 폐업하는 병원의 경우 국가에서 인수해 공공의료기관으로 삼고, 1차 진료기관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면 된다. 우리사회 의료체계의 문제의 해결책은 공공의료가 민간의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하면 된다. 경쟁력 명목으로 민영화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 그 내용도 보건중심이어야 한다.

▲네트워크 병원 해답인가.

1차 진료기관들이 모여서 브랜드 파워로 승부한다는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 영리화의 최첨단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위기의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집중화하고 있는데, 이의 맹점을 이용해 대기업의 자본력이 이들을 포섭하기 또한 쉽다. 대표적으로 경영지원사업(MSO)은 진료를 제외한 행정·인사·노무 등 병원전반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에서도 MSO를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되면 MSO는 병원수입의 일정부분을 자신의 이익으로 합법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들은 MSO를 매개로 수익을 목적으로 의료계에 뛰어들 것이고 그 1차 타깃은 자본구조가 취약한 네트워크 병원이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낮은 수가, 낮은 보험료가 무조건 국민들에게 이익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또 공공기관이 무조건 효율성의 잣대로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의료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영리 추구의 목적이 된다면 그 피해의 당사자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들은 의료가 얼마나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GDP 대비 우리나라 의료예산은 OECD국가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작다.

정부는 공공의료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공공의료기관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만 다그친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다 보면 Big5를 위시한 대형병원들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선도·지배할 것이고, 지역 중소병원들도 결국 몰락하던지 Big5의 지역병원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미 대기업은 생명·손해보험 회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병원까지 장악하고 의료전반을 수익으로 바라본다면 그 폐해의 대상은 국민일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