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시급”
“현실적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시급”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07.1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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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남 광주슈퍼마켓협동조합 상임이사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 진출로 재래시장은 물론 중소 슈퍼마켓들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세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이 직영하는 슈퍼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 SSM)의 개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자체들이 나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대규모 유통 점포 수는 인구대비 적정 수를 넘긴 상태로 현재까지 SSM 진출 자체로 인한 눈에 띠는 직접적인 타격은 ‘아직’ 없는 상태다.

▲ 김 상무이사는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수 명령이다”고 강조했다. ⓒ<시민의소리> 김영대 기자

중소규모의 슈퍼 운영자들로 구성된 광주슈퍼마켓협동조합 김경남 상임이사는 “대형마트 진출로 인해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현재까지 SSM 진출로 인한 동네 슈퍼의 급격한 매출 감소나 폐업 사례는 없다”면서도 “대기업들의 SSM 개점과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 되면 광주도 몇 년 사이에 영세 상공인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 상임이사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방침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며 환영했지만 “17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실제 개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반신반의했다.

지난 8일 오후 광주 서구 벽진동 중소유통공동도매 물류센터 사무실에서 김 상임이사를 만나 대형마트와 SSM 진출에 대한 입장과 이에 대한 대책 등을 들었다.

“본격적인 SSM 진출 이전에 소상공인 대책 마련해야 "

▲ ⓒ<시민의소리> 김영대 기자
▲ 최근 대형마트에 이어 기업형 슈퍼가 광주지역에도 진출해 있다. 실제 중소형 슈퍼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 광주지역의 경우 대형마트의 진출로 인한 영향과는 별도로 SSM의 진출로 인한 피해가 눈에 띄게 드러난 사례는 아직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광주지역은 현재 롯데슈퍼가 10개 진출해 있다. 빅마트 매점을 인수해서 영업을 한 탓에 SSM 진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게 없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 홈플러스 등이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이후 몇 년 안에 피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에서 파악하기로는 삼성 홈플러스가 2곳 정도 개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보다는 SSM의 대규모 개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있다면.
- 우리 조합이나 광주시가 SSM의 진출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본력 등을 앞세워 진출하면 대응이 힘들다.  다만 조합의 물류센터가 있어서 소상공인들이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되어서 어렵게 운영해 가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조합원이 1000여명 정도인데 80∼90% 가량이 154㎡(50평) 이하 규모다. 예전처럼 슈퍼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에 운영자들도 노령화되어 있고 부부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그 동안 재래시장 관련한 분야는 정부 정책과 시 정책 차원에서 지원책이 많이 나왔지만 정작 지역의 중소 슈퍼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지원책이 없었다. 슈퍼는 담배, 쓰레기봉투를 사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 대형마트 진출 등에 대해 일부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광주는 어떤가.
- 광주시는 너무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겠다. 전주와 목포는 물류센터를 늘려주고 단체장이 스스로 찾아와서 이 문제를 가지고 간담회도 가지고 노력하는데 우리 시장은 만나기도 어렵다. 대책 마련을 요구해도 상위법이 없어서 대형마트의 개점과 영업 등에 대한 규제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전주의 경우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서, 관련 전문학과 교수,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언론사, 중소유통업체, 재래시장 단체, 대형마트 지점장, 농산문 유통업체, 시의회, 지자체 등이 참여해서 상생의 대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 순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만나서 논의해야 대책 마련에 진척이라도 있을텐데 광주는 아직 그런 논의 구조도 없다. 중소 슈퍼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책은 서민경제를 위한 시책이다. 최대한 피해는 줄여야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광주시와 시의회 등에 전주와 같은 협의회 구성을 제안해 둔 상태다.

▲ 최근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SSM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어떻게 보나.
- 신고제인 SSM를 등록제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허가제는 아니지 않느냐. SSM은 기존에 장사를 하던 슈퍼 등 매장을 인수해서 개점하는 경우가 많다. 등록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개점을 규제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법만을 앞세워서 강한 규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색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형업체 등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해 상생전략 모색해야”

▲ ⓒ<시민의소리> 김영대 기자
▲ 최근 움직임은 진일보한 것 아닌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 과거에 비하면 진전된 내용이다. 판매 품목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 휴일 실시 등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과거와 같이 대형마트들이 저녁 10시까지만 영업하고 백화점도 월 2회 정도는 쉬어야 한다.

지금은 백화점의 경우도 월1회 밖에 쉬지 않고 대형마트도 새벽 1시, 혹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면 동네 구멍가게를 한 번이라도 더 갈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숨통이 트일 것이다. 점점 더 ‘못해먹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사실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정치권이 그러는 것 아니겠나.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잠만 자다가 폐기됐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때 발의가 되지만 실제로 개정은 안됐다. 힘들 것이라고 본다. 이게 되면 현실적으로 가장 좋다. 개정이 되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것은 중소형 슈퍼 뿐 아니라 재래시장에도 좋을 것이다.

▲ 규제와는 별도로 스스로 경쟁력 제고 위한 노력을 필요할 것이다.
- 경쟁력 제고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경쟁력이다. 재정력이나 여러 사정 상 편의성 제공 등은 대형마트와 SSM을 따라 갈 수 없다. 물류센터는 시비와 국비를 지원받아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영세한 조합원이 돈을 모아서, 상품을 구입하는데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가격경쟁력을 조금이나마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제조사-지점-대리점을 통해서 물건을 구입했다면, 지금은 제조사-물류센터가 직접 거래하면서 단계를 줄였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갖추는데 물류센터 자금력이 부족하다.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제조사로부터 현금으로 사면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가격경쟁력을 더 높힐 수 없다. 예를 들어 현금으로 사면 개당 100원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외상으로 사게되면 105원에 사야한다.

당연히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그 만큼 조합원들의 수입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합원들도 환경개선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형마트나 SSM처럼 그런 조건을 만들 수 없다. 주민들에게 우리 가게를 이용해 달라고 홍보하는데 한계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매출은 줄어들고 이게 맹점이다. 구매 자금, 재래시장 상인처럼 환경 개선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 SSM의 경우 규모가 330㎡∼900㎡이하가 많은데 이 정도면 슈퍼도 경쟁할 수 있을 않나.
- 일반인들이 인식할 때 규모가 작아 일반적인 슈퍼인지 SSM인지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대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쟁하기가 힘들다. 회전율이 좋은 맞춤형 매장을 개점 한다. 똑같은 규모지만 회전율이 좋은 물건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비치할 수 있다. 슈퍼는 그런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일반 슈퍼는 330㎡ 규모로 900㎡ 규모의 매장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없지만, SSM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직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격경쟁력 역시 마찬가지다.

▲ ⓒ<시민의소리> 김영대 기자

롯데슈퍼가 개점 점포수가 많은데 삼성 홈플러스가 SSM 개점에 뛰어들어서 전국적인 유통산업을 두고 대기업들 끼리 출혈 경쟁을 하다보면 전반적으로 점포수가 늘어날 것이다. 골목길에도 대기업의 슈퍼가 생기고 가격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때가 되면 광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 물류센터는 어떻게 운영하나.
- 조합원의 가입비, 월 회비, 출자금으로 운영한다. 2005년 4월에 110명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슈퍼 대부분이 영세하다보니 출자금 300만원, 월 회비는 5만원도 낼 여력이 없었다. 그 만큼 영세하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완전 개방해서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상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현재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조합원이 1000여명 정도다.

물류센터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지원받아 설립됐고 전국적으로 13곳이 있다. 물류센터를 통해서 그나마 가격경쟁력이 생겨 영세한 슈퍼가 연명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류센터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물류센터만 지어주고 지원시스템을 전혀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 10년 동안 시가 관리감독을 하는데 그 동안 큰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적극적으로 대안마련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매출액은 170억 원 이었는데 올해도 작년 비해 15∼25%(상반기 기준)정도 떨어졌다. 슈퍼의 매출이 신장된 곳이 없고 전체적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을 아예 못하게 하거나 SSM 개점을 못하게 막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영세상인들도 먹고살 수 있도록 SSM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 라인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SSM 개점을 통해 골목길까지 자본을 내세워 잠식하면 서민경제는 더욱 힘들어 진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상생 할 수 있는 차원의 방안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자구책을 강구한다고 해도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시민단체, 광주지역에서도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서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정치권과 정부의 대책 마련이 말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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