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태로 나가면 지역병원 중 결국 살아남는 병원은 없을 것이다. 2차 진료기관들도 결국엔 Big5의 체인병원이 될 것이다. 대형병원의 지역 센터화·체인화는 불 보듯 뻔하다.”

지역병원의 위기를 바라보는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장의 말이다. 그는 의료의 공공성 붕괴를 우려하며, 전면적 제도개혁과 정부의 의료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주장만이 동시에 지역병원을 살리는 길임을 강조한다. 

‘특성화’ 말하지만 경쟁력 갖출지는 의문

하지만 지역 병원들은 이러한 주장과는 사뭇 다른 방향에서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보험료·수가·급여의 문제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하면서도, 정책적 대응이나 공동행동을 위한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수도권 대형병원의 행보를 현실로 인정하며 개별적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광주시도 지역의 관광자원과 의료서비스를 연계해 의료관광을 추진하겠다는 막연한 목표만 있을 뿐이어서 안타깝다. 대구가 ‘메디-시티’ 브랜드를 만들고, 부산이 ‘의료산업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구성원이 함께 현실을 돌파하려고 하는 노력과는 사뭇 대조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지역병원들의 자구노력은 ‘특성화’로 요약된다. 이는 경쟁력을 갖춘 전문화된 병원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전면적으로 동조한 측면이 강하다. 다만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이 우리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나 않는지 우려스럽다.

의료박람회 등 의사회 차원 노력 주문도

전남대병원은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의 경험을 퇴행성질환센터·심뇌혈관센터 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탄탄한 지역 2차 진료기관인 동아병원도 수도권 대형병원을 탓하기 보다는 경쟁력 갖추는 길을 택했다. ‘GREAT 동아 2010’이란 비전을 수립하고, 강점이 있는 척추·관절분야에서 자생력을 키우는데 여념이 없다.

1차 진료기관인 아이안과도 비슷한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그 형식은 네트워크 방식이다. ‘아이안과’라는 브랜드 네임을 기반으로 작은 병원들이 모여 거점병원인 센터를 중심으로 큰 힘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공동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아병원 정재훈 원장은 “우리지역 의료계가 실력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의사회 차원에서 의료박람회를 열고 지역병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도 지역의료계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줄 것도 당부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