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인정하면 금강산·개성공단문제 해결”
“6·15선언 인정하면 금강산·개성공단문제 해결”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6.13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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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화동 6·15공동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집행위원장

‘6·15남북공동선언’ 아홉 돌을 맞았다. 하지만 6·15공동행사는 무산됐다. 9년 만에 처음이다. 그 때문인지 올해 행사 슬로건인 ‘다시 6·15’라는 문구에서 절박한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이명박 정부가 PSI 전면가입으로 대응하면서 전쟁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유엔의 대북제재조치가 발표되면서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부채질 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6·15공동선언’의 의미와 내용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12일 행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장화동 6·15공동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광주전남본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장화동 집행위원장은광주지역 야학인 연합회 의장과 민주주의민족통일 광주전남연합 집행위원장, 광주전남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을 거쳐 지금은 6·15공동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집행위원장과 광주시민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6·15 남북공동선언 9돌을 맞았다. 의미를 되새긴다면.

한반도 분단체계를 끝내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통일시대를 만들어가는 이정표를  남북정상이 만나 합의했다는 의미가 있다.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등 과거에도 남북이 합의한 내용이 있었지만 6·15공동선언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전의 남북합의 내용과 과정을 보면 정권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지거나 국제정서에 소극적으로 부응한 측면이 크다. 반면 6·15선언은 통일의지를 가진 국민의 요구와 시대상황, 정권의 의지가 맞물려 양국의 정상들이 직접 만나 합의한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가 공동선언에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이 과거 남북 간 합의와 성격을 달리하는 요소들이다.

-.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올해 6·15행사 기조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10년 전 6·15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노무현 정부가 6·15선언을 실질적으로 계승했다면 많은 내용들이 진척됐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초기 대북특검 등으로 6·15 정신을 진척시키지 못했고 북측이 실현의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오히려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참여정부 임기 말에 10·4선언을 통해 6·15선언의 의미가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완전 부정하고 있다. 6·15 공동행사가 9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됐다. 남북, 해외가 별도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 6·15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해 6·15 행사 슬로건인 ‘다시 6·15’에 모든 상황이 함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 올해 6·15행사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6·10 범국민대회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요구가 대략 4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것 같다. 현 시국에 대한 대통령사과와 내각 총사퇴, 민주주의 회복, 민중생존권 사수, 평화와 통일이 그 내용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4가지 요구사항이 한 묶음으로 국민과 시민사회의 대응을 규정하는 요소가 될 것 같다.

현 시국에 가려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절박성과 중요성이 다소 사장된 느낌이다. 과거만큼 6·15선언의 상징적 의미와 역사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도 분출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현 시국 때문에 국정쇄신의 한축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

“이명박 정부 위기국면 타개 위해 신북풍 조성 징후 포착”

-. 이명박 정부가 안보 공안정국 조성으로 현 시국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6·15선언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보면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법질서 측면에서 국가보안법 악용으로 인한 비민주성을 무너뜨렸다. 6·15선언이후 정부, 민간단체, 문화·예술·체육계 등에서 남북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통해 이른바 반국가 단체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수시로 왕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북풍’을 조성하려한다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6·15실천연대와 범민련이 이적단체로 몰려 탄압받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정부가 우리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제공한 북측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한 첩보를 우리정부가 언론에 흘려 대응전략 마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첩보를 언론에 흘리는 것은 남북관계를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발동해 민심이반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또 정부가 PSI에 가입한 것을 북이 선전포고로 간주해 서해상에서 언제든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정부가 국면타개를 위해 군사적 충돌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통상부에 통합시키려 했다. 남북합의서에 따르면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 관계다. 그런데도 통일을 전담하는 기관을 없애고 통일을 외교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로 치환시키려 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 ‘비핵개방 3000’을 통해 북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내에 국민소득 3천불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북의 핵개발과 실험에 대한 그간 우리정부의 개입력과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 이명박 정부가 북이 핵을 포기하면 책임지고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의 처지와 입장을 망각한 무식한 발상이다.

비핵개방 3000은 국가정책으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실정에 맞지 않고 집행의지도 없는 한갓 선언에 불과하다.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면에서 부정하고 있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 우리정부가 PSI에 전면 가입하고 UN에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면서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PSI는 국제기구가 아니다. 미국이 필요에 따라 국제사회에 제안한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남북 간에는 해상에서 상호협력을 규정한 ‘해운합의서’가 있다. 그 규정에 따라 상호 협의 하에 얼마든지 선박을 검문·검색하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 참여했다. 상호 협의와 협조가 아닌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겠다는 발상인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북이 PSI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했는데도 북핵 실험을 이유로 조문정국을 틈타 가입했다. 그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서해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이 북의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이후 대북 추가제재를 결의했다. 북은 유엔이 추가제재에 나설 경우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정전협정 파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PSI와 유엔 대북제재를 근거로 하늘과 땅, 바다에서 통제를 백방으로 강화하면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북문제 후순위…오바마 6자회담 합의내용 이행 의지 의구심

-. 오바마 행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컸을 것 같은데.

부시정부가 대북압박 정책으로 일관하다 임기 말에 6자회담을 통한 행동대 행동원칙을 추진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해제에 북측이 영변원자로 폭파로 화답했다. 경제봉쇄해제와 북미 관계정상화, 에너지 지원 약속 등 2차 행동을 했다면 북한도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직까지 2차 행동을 못하면서 핵시설 추가 검증, 연료봉 시료채취 등의 문제로 시비를 걸고 있다.

북측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 합의내용 이행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북한문제가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문제와 국내 경제상황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6자회담 진척과 한반도 정세발전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존폐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해법이 있다면.

남북이 여전히 군사적 대치상황이다. 사소하고 단순한 문제도 남북 간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꼬일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민간인 사망사건은 안타깝지만 남북의 특수한 관계에 근거해 해법을 찾았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현장조사와 실사를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하는 태도로 접근했다.

금강산 관광의 상징성은 6·15선언의 내용성과 의미를 뛰어넘는다. 일상적인 인적교류로 반세기 분단의식을 밑뿌리부터 흔든 사업이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지 1년이 가까워 온다. 민간인 사망사건으로 민족화해의 문제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

개성공단의 해법은 너무 간단하다. 북이 이명박 정부를 불신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6·15선언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10·4선언 이후 실무회의에서 북 노동자 숙소 건립 등 개성공단 발전에 대해 합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모든 것이 중단됐다. 북이 개성공단 발전의지가 있는 지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때문에 6·15선언에 기초해 남측기업에 부여했던 특혜조치를 거둬들이고 있다.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과 공단부지 분양가를 인상한 것은 그 같은 조치의 일환이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민족화해와 협력으로 통일을 이루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정부의 집행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 통일운동가 강희남 목사님이 자살을 하셨는데.

평생을 통일운동에 헌신하셨다.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만들어 가는데 큰 손실이다. 그분의 삶이 가지고 있는 일관성, 삶으로 보여줬던 통일의 열망이 매우 컸다. ‘민중의 힘으로 이명박 정부를 이겨야 한다’는 유언은 현 정국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지만 파탄 난 남북관계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어떻게 답해야할 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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