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불림운동 깃발 들자”
“광주가 불림운동 깃발 들자”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9.03.30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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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기완 선생 ‘2009년 한국사회를 말하다’ 초청 강연
이명박은 대통령도 사람도 아니다…오바마 경제위기 극복 못해
쇳소리와 멍석말이 춤으로 신명 부르고 민중 자기염원 이뤄야

백기완 선생이 초청 강연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1992년 대선 이후 17년 만이다. 백 선생은 ‘2009년 한국사회를 말하다’ 강연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미국 경제위기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백 선생은 또 광주가 이명박과 오바마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불림(진보)운동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쇳소리와 멍석말이 춤을 통해 신명을 부르고 민중 스스로 자기염원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문자답 형식으로 진행된 백 선생의 강연 내용을 기자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강연은 지난 24일 조선대학교 서석홀에서 진행됐다.
      

▲ 백기완 선생은 한일협정반대와 3선 개헌 반대, 유신철폐 운동 등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1974년 유신철폐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975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9년에는 YWCA 위장결혼사건으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옥고를 치르다 1981년 3·1절 특사로 석방됐다. 1987년 대선에서 대통령후보로 나섰다가 선거 이틀 전 사퇴했고, 1992년 제14대 대선에 민중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현재는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일과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책자들을 발간하고 있다. /ⓒ광주드림

-. 문제제기를 어려운 말로 화두라고 한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말뜸’이다. ‘말뜸’이란 문제를 던진다는 말이다. 이명박과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뜸’을 던져보겠다.

이명박 정권은 서울용산에서 먹고 살겠다고 아우성치던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였다. 옥상 건물에 다섯 사람이 올라갔는데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일반경찰 1,600명이 포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물대포를 쏘고 높이 올리개(크레인)를 갖다놓고 공격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진압을 허락해 죽음을 초래했다.
  
경찰청장은 이명박 정권이 내정했다. 대통령이 용인했든 안했든 정권 내정자가 벌인 일이면 무조건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사과하지 않아 깜짝 놀랐다. 이명박은 대통령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아무리 싫더라도 이웃집에 초상이 나면 빈소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조문하는 것이 수 만년 동안 내려온 전통이자 민족의 정서다.
  
철거민 다섯 명이 옥상에 화염병 몇 개를 가지고 들어간 것을 두고 폭력주의자, 테러리스트로 매도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먹고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렸어야 한다. 이명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명박은 우리의 이웃이 아니다. 
  
-. 미국에서는 오바마라는 젊은이가 대통령이 됐다. 어려운 미국경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말뜸을 던졌다.

오버마가 백번 나와도 파탄 난 미국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워런 버핏이라는 돈놀이 하는 국제적인 투기꾼이 있다. 워런 버핏은 “미국경제가 벼랑으로 굴렀다”고 말했다. 벼랑으로 구르면 박살이 나서 죽는다. 그런 미국경제를 오바마가 어떻게 살리겠나.    
  
미국자본주의는 외국을 수탈하고 자국 국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독점자본을 살찌웠다. 현재 미국경제의 위기는 투기자본을 이끌고 있는 투기은행 때문이다. 오바마가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면 독점금융자본이 미국 돈으로 투기행위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오바마는 천문학적 비용으로 미국 투기자본을 살려주고 있다.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거대 통합자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투기 은행을 지원해서 전 세계 증권시장을 상대로 이윤을 수탈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또 금융자본과 독점투기자본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국가자본주의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다. 국가자본주의의 폐해는 양차 세계대전과 각종 국지전으로 나타났다. 전쟁의 배후에 독점자본이 있었던 것이다. 국가자본주의는 결국 파시즘으로 귀결된다. 
  
-.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 교수들이 ‘르가노 보고서’를 냈다. 세계인구 60억이 너무 많으니 20억을 줄이자는 것이다.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발상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학 교수들이 미국독점자본의 논리를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다. 세계인구 60억 가운데 20억을 줄이자는 것은 돈이 없어 구매력이 빈약한 나라를 없애자는 것이다. 20억의 인구를 줄이는 방법은 전쟁밖에 없다.
  
미국은 1920년대 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사람들은 미국이 케인즈의 이론에 따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실상 경제위기는 전쟁으로 해결했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의 효과는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국내의 위기를 해결하고 세계자본주의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전쟁으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군수물자를 팔아 자본을 축적한 것이다. 세계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은 전쟁으로 해결됐다. 
  
-. 미국은 전 세계의 농업을 망쳐 놓고 지금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현재 식량위기는 육식위주의 소비방식을 극복하면 해결될 수 있다. 18억t의 식량이면 60억 인구를 모두 먹일 수 있다. 현재 생산되는 곡물 량은 19억t 가량이다. 식량위기는 인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닭과 소 등 육류의 사료를 위해 곡물들의 상당량이 소비되는 데 있다. 모두가 나눠 먹으면 식량문제의 해결은 충분히 가능하다.

▲ /ⓒ광주드림
  
-. 또 하나의 말뜸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이 시장보호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국유화를 통해 미국독점자본주의의 위기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장을 완전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더 이상 들어줘서는 안 된다. 미국의 규제완화 요구는 속임수다.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투자은행 설립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이 세 가지만 잘해도 우리 경제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시장개방과 규제철폐, 미국과 일본을 따라서 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이명박 정권이 4년 남았다. 

이명박에게 4년을 그대로 맡겨 놓으면 한국은 미국의 한 주로 전락한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밖에 안 된다. 외국독점자본이 우리 증권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쥐락펴락 하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은 외국 독점자본의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4조2천억 원의 자산가치가 이명박 정부 1년도 안 돼 8천억 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미국독점자본이 3조8천억 원을 꿀꺽했다. 우리 증권시장은 피와 살을 모두 내주고 껍데기만 남았다.
  
이명박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등을 못하면 대학가기가 힘들어 진다. 이명박이 인간적 사고를 위해 몸부림치는 씨앗들을 찍어 누르고 있다. 전국 대졸자 가운데 정규직 취업자는 10%도 안 된다. 나머지는 비정규직이 되거나 백수(빈손)가 된다. 이명박이 젊은이들의 기를 다 빼앗고 있다. 
  
-. 우리는 뭘 해야 하나.

광주에서부터 불림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춤꾼이 춤판에 뛰어들 때 외치는 한마디가 불림이다. 주어진 판을 깨고 새로운 판을 일군다는 의미다. 이를 의역하면 진보가 된다. 진보를 우리말로 불림이라 한다. 광주가 진보를 위해 불림운동에 나서야 한다.
  
광주가 쇳소리를 내야 한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일하다보면 진땀이 나다 막땀이 난다. 막땀을 넘어서면 피눈물이 담긴 무지땀이 난다. 그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는 소리가 흥얼거림이다. 흥얼거림이 곧 쇳소리다. 흥얼거림에는 앞을 내다보는 희망의 소리가 담겨 있다.  
  
광주가 멍석말이 춤을 춰야 한다. 한 머슴이 일하다 배고파서 주인에게 대들었다가 맞아 죽었다. 주인이 묘를 쓰지 않고 멍석에 말아다 버렸다. 들짐승과 날짐승들이 시신을 다 뜯어먹고 뼈만 남았다. 그런데 뼈다귀만 남은 시체가 딱딱 참나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마치 자기 뼈가 부딪치는 소리인 냥 장단을 맞추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 머슴은 곧바로 주인을 때려죽이고 자기염원을 이뤘다.
  
이처럼 자기염원을 이루는 것을 멍석말이, 멍석말이 춤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이 살다가 삭정이만 남기고 멍석에 말려 버려질 운명이다. 진짜 춤꾼은 자기 장단을 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죽은 머슴도 우주와 자연의 매김 소리를 듣고 자기장단에 겨워 꿈틀대다가 자기염원을 이뤘다. 오바마와 이명박 체제에 맞서 참나무 소리에서 나오는 장단을 우리원형의 장단으로 삼아 모두가 일어나야 한다.
  
-. 갈마(역사)는 겉으로 보면 돈이 이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돈은 돈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가진 것이 알통 밖에 없는 일하는 일꾼, 노동자다. 역사의 알기(주인)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이 180도 변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희망의 운동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에게 향기로운 냄새가 나야 한다. 그래야 벌과 나비들이 몰려든다. 두 번째로는 노동자가 샘물처럼 맑아야 한다.
  
세 번째로는 노동자들이 반딧불이가 돼야 한다. 반딧불이는 캄캄한 밤에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는 존재다. 사랑은 곧 엄마다. 노동자도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아침이슬이 메마른 땅에 떨어지는 것은 대지를 적시기 위한 것이다. 이슬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슬은 없고 샘을 파서 돈만 벌려고 하는 세상이 무섭다.
  
-. 참된 지도자란?

지도자가 되려면 제대로 술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오래 굶게 되면 기름진 밥에 고깃국을 먹는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생각나는 것이 술 한 잔이다. 지도자라면 괄시를 받더라고 술 한 잔 얻어먹을 줄 알아야 한다.
  
참된 지도자는 술만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술 한 잔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상대의 곤궁한 처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지도자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끼 먹일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 광주에 17년 만에 왔다. 한숨과 눈물이 난다. 광주가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면 안 된다. 나는 권력에 연연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것은 대통령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고향사람이 아니라고 표도 안줬다. 

광주하면 전국적인 문화패들이 골목마다 즐비했다. 문화도시라 해서 서울보다 나은 줄 알았는데 길 한 켠에 오줌 싸고 물먹을 공원하나 없다. 광주의 문화패들이 그동안 무얼 했나. 사람이 살려면 나무와 땅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 4년이 지나면 남쪽 땅도 모두 아파트 천지가 될 것 같다. 광주가 전두환 일당에게 학살당한 혁명적 동지들에게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을 덮어줘야 한다. 광주시민들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 앞으로 싸울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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