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사태, 끝나지 않았다
인화학교 사태, 끝나지 않았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01.0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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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이사 파견, 공립특수학교 요구 여전
사회복지시설 투명성 회복 계기 삼아야

노동시장 유연화가 비정규직 양산 규모를 커지게 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분규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실현돼야 할 과제들이 놓여있다. 몇 회에 걸쳐 장기화되고 있는 문제들을 되짚어 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 세번째로 인화학교 사태 문제를 다뤘다. 

   
▲ 인화학교 사태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일부 교사와 직원들이 장애학생들을 상대로 심각한 인권유린을 저질렀던 중대 사건이었지만 지역사회는 조정력을 잃고 헤매었고 사법부는 관용을 베풀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인화학교 사태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은 지난 2006년 8월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의 삼보일배 장면.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숨겨진 진실은 언제나 괴롭다.” 
  
해결을 보지 못한 인화학교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005년 7월 우석법인 인화학교 내에서 교사와 행정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장애학생들을 성추행해 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가해자들은 법정에 섰지만 지난 7월 대부분 집행유예 형을 받고 풀려났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성폭행 가해자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시민 3333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판부는 “엄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감안해 형량을 낮추기로 했다”며 가해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재판 결과를 두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보호책임을 묵과한 판결이라는 비난이 잇따른 것은 물론이다.
  
지역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인화학교 사태는 급기야 인터넷 연재소설의 소재가 됐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지난달 26일부터 미국작가 아서 밀러의 소설에서 따온 ‘도가니’라는 제목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를 시작해 1주일에 5회씩 26일 현재 22회분을 올렸다.
  
작가는 “어떤 사람들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사랑으로 쓰여지기를 기도했다”고 연재의 변을 밝혔고 공부방에서 만난 학생도 “청각장애 학생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무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해당학교나 조정력을 보여주지 못한 지역사회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인화학교 관계자는 최근 공씨를 만나 소설연재에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장되고 부풀려진 아이들의 주장만 믿고 왜곡된 내용으로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 소청심사를 거쳐 다시 복직하긴 했지만 피해학생들을 도운 교사와 사회복지사를 꼬투리 잡아 해임시켰던 학교로 봐서는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법도 하다.
  
역으로 인화학교 사태를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법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2명의 공익이사를 잠시 동안 파견하도록 한 것을 제외하고 우석법인이나 인화학교가 지역사회에 공식적으로 사죄하거나 피해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교장에게 달걀과 밀가루를 던진 아이들 중 반성문을 쓰지 않은 9명을 재판에 회부하는 권위적인 모습으로 성역을 지켜나갔다. 
  
아울러 광주시와 광산구청, 시교육청이 보여준 미온적인 대응 태도는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법인과의 유착이 상상 이상으로 두터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장애학생들에 대해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며 전산고 특수반 설치와 수화통역사 배치, 보조공학기기 지원, 인화학교에 대한 특별장학수업의 긍정적 성과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공익이사 파견 등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한계가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우석법인과 인화학교, 그리고 관련기관들이 이러한 의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학교행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는 꼭 인화학교에게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조규남 전 인화학교 학부모회 회장은 “이제라도 법인은 시민사회가 추천한 공익이사를 받아들이고 시교육청은 공립특수학교를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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