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세월 보낸 전대병원의 약속
4년 세월 보낸 전대병원의 약속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8.12.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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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방안 협의 중…결과에 따라 노사분규 예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비정규직 양산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분규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실현돼야 할 과제들이 놓여있다. 몇 회에 걸쳐 장기화되고 있는 문제들을 되짚어 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 두번째로 전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주도하거나 노조를 가입하는 것은 ‘무리한’ 것일까. 최근 노사의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곳에는 비정규직, 특히 간접(도급업체)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해고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노동계는 특히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나 노조 가입이 ‘보복성 해고’나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돼 사실상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노조를 꺼리는 기업 문화는 시급하게 사라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측은 계약 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표적 해고”라는 것이다. ‘표적’ 논란은 갈등의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전남대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직접 고용 보장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한 지 4년이 지나도록 하청노조 간부들에 대한 재취업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어 노동계의 비난을 사고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하청지부(지부장 강신원.이하 하청노조)는 병원 한켠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당시 전남대병원장,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 3자는 도급 업체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47명에 대한 고용 보장 등에 합의했다.

   
▲ 전대병원 하청노조원들이 2004년 재취업 보장 약속을 지키라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최근 노조와 병원측은 재취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노조활동 의식해 수수방관"


3년에서 20년 이상 동일한 업무를 해 왔던 노동자들의 지난한 고용승계 투쟁을 통해 얻어낸 합의서였다.
  
합의문에는 “기계관리 도급 업무를 수행할 (주)OO에 22명, 화순전남대병원 기계관리 도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주)OO에 10명을 고용하도록 하며 나머지 인원은 (2004년)12월까지 도급, 파견, 직접고용 형태로 재취업이 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까지 하청노조 핵심 간부 4명을 제외한 43명의 노동자들은 도급 업체 등에 재취업을 하게 됐다. 하청노조 간부 4명만이 4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하청노조 강신원 지부장, 김종 사무장, 김대연 총무부장, 이정범 문화부장이다.
  
하청노조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그 동안의 고용 약속 이행 요구에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을 뿐이며, 1차례 4명 중 2명에 대해 “카드회사 외판영업직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를 하청노조가 약속과 다르다며 거부하자 “취업의사가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하청노조는 최근 천막농성과 피켓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이에 병원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4명의 노조 간부들을 형사고발했다.
  
재취업을 하지 못한 김대연(33) 하청노조 총무부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잘못된 관행과 현실을 바로 잡기위해 노조를 결성해 활동하면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며 “전대병원의 결탁과 방관으로 4년 동안 복직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다니던 병원에서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고 병원장이 재취업을 약속한 만큼 약속만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2004년 당시 노조 간부 중 일부가 재취업했지만 4명만 없으면 노조가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들 채용꺼려 쉽지않다"


이 같은 하청노조의 입장에 대해 전남대병원측은 “2004년 합의는 폐업한 도급 업체 직원들의 병원 보일러실 점거와 보일러 가동 중단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했던 합의”라며 “4명은 우리 병원 직원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병원측 입장은 지난 10월 배포한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병원측은 “최근까지도 유관도급업체 및 거래처에 대해 채용의뢰를 하고 있지만 채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그들이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해 채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업체에 채용의사를 타진했지만 근무처가 우리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로 미취업의 귀책사유는 본인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4명은 재취업 알선에 응하지 않으면서 병원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생떼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대연 하청노조 총무부장은 “우리는 한 번도 직접고용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청노조는 병원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달 31일까지 해결되지는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하청노조는 보건의료노조 등에 애초 전남대병원에서 열기로 한 2차례의 집회를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대병원 한 관계자는 “당시에 어쩔 수 없이 했던 합의지만 당사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며 “병원이 미온적으로 마지못해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급업체에 누차 해달라(취업)고 했지만 업체에서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병원측은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병원 내에서 소란행위를 멈추지 않는 4명에 대해서는 도급업체 등에서 채용을 거부하여 병원은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본인에게 누차 알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조와 병원측의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별다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전대병원은 또 다시 비정규직 문제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런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원청사가 위탁업체 선정 공고를 할 때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등 최소한의 조건을 강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은 수 있지만 병원측은 “제도적 고민도 했지만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고용을 승계하라고 하면 어느 업체가 들어오겠느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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