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울지 마세요
대통령님, 울지 마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12.10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하재근(문화평론가)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세계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때의 광경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상인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시장엔 “돈을 못 벌어서 밥도 못 먹게 됐다”는 장탄식이 넘쳐났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모든 눈물과 한숨, 호소의 장면은 이명박 대통령 눈앞에서 원색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제 새벽 서울 가락시장은 눈물과 통곡의 저자였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배추 500포기를 샀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 팔을 잡고 울음을 터뜨린 할머니에게는 20년 동안 쓰던 목도리를 벗어주며 시래기 네 묶음을 사줬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울면서도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상인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 자신도 눈물이 난다며, 할머니를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
  
이 훈훈한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 지금 뭐하는 건가? 대통령이 눈물 흘리고 기도한다고 할머니의 삶이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지나?
  
지금은 민생파탄 상황이다. 민생파탄이라 함은 국민 삶에 대통령 눈물과 기도가 부족한 사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국민이 먹고살기 힘든 상황, 상대적 소득·상대적 자산이 부자들에 비해 자꾸만 줄어드는 상황, 노후가 불안한 상황, 자식교육이 힘든 상황, 미래 안정성이 사라진 상황이 민생파탄이다.
  
대통령은 이 상황만 없애주면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기도 안 해도 된다. 울 시간 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물은 홍보용 이벤트는 될지 몰라도 국민에게 아무런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한다.
  
물론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형성된 상황이라면 눈물도 보탬이 된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신호를 받은 국민은 국가를 더욱 신뢰하게 되어 리더십이 강화된다. 그러면 시장불안전성이 약화되고,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응집력이 생겨난다.
  
국민위한 정책 펴면 된다
  
하지만 국민이 이 ‘눈물’로 인해 화가 나거나, 더욱 냉소하게 되면 역효과다. 눈물 안 흘린 것만 못하게 된다. 짜증을 유발해 국가적 불안전성만 증대될 뿐이다. 이런 상황이 예상된다면 바깥에 나와서 눈물 흘리지 말고, 안에 조용히 있는 게 국가경제를 위해 더 좋은 일이다.
  
왜 국민이 대통령의 눈물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할까? 간단하다. 대통령이 고통을 헤아린다는 그 못사는 국민들을 더 못 살게 하는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건 차라리 전경련에 가서 ‘우린 박해 받는 소수야’라며 얼싸 안고 우는 것보다 못한 이벤트다. 결국 대통령의 민생탐방 이벤트에 상인들이 이용된 셈이어서 더 화가 난다.
  
울고 짤 필요 없다. 양극화 해소, 민생경기진작책만 추진하면 된다. 국가재정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작은 정부 구조조정 중지로 공공고용을 늘리며,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강남 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니,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그거면 된다.

  이 칼럼은 인터넷언론 <데일리서프라이즈>와 기사협약에 의해 옮겨와 싣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