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공룡유적지 세계적 관광명소 될 것”
“남해안 공룡유적지 세계적 관광명소 될 것”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8.12.0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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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TV <한반도의 공룡> 자문한 허민 전남대 교수

뻐드렁니, 한 해 자란 키까지 고증
"제작팀 열의와 근성에 탄복했다"

▲ '토착 거대공룡' 부경고사우루스. ⓒEBS
EBS 교육방송이 최근 방영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이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EBS 다큐 사상 최고 시청률(11월 25일 전국 2.9%)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완성도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재방송 요구가 빗발치는 등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다큐의 성공은 ‘점박이’라는 한 공룡의 탄생과 죽음을 극적 요소를 섞어 영화처럼 만든 탄탄한 시나리오와 실사에 3D동영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시킨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큐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신뢰도 고증에 전남대 공룡연구센터 소장 허민 교수(48.지구환경과학부)의 자문이 없었다면 이번 다큐는 아예 꿈꿀 수조차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천만년 전 한반도에 살았다는 공룡 얘기를 들으러 전남대 공룡연구센터를 찾은 1일, 허 교수는 전남 보성군 해안가에서 캐온 공룡 관련 화석들을 놓고 연구원들과 토론이 한창이었다. 
  
▲ 허민 교수(전남대 공룡연구센터 소장).
허 교수는 전남대 지질학과 79학번 출신으로 지금껏 동식물 화석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특히 공룡과 관련해서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자다.
  
공룡 연구에 관한 한 국내에서 독보적 존재인 그는 96년 해남 우항리 공룡 발자국 유적을 처음 발굴하고 그 다음해 전남도의 지원으로 세계적인 석학을 데려다가 국제공룡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룡연구 분야에서 이제 겨우 12년 남짓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가 185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온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96년 이전에도 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알 화석이 처음 발견되고 경남 고성에서 공룡 발자국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지만 96년 해남에서 익룡, 공룡알·뼈, 새 발자국 등이 발견되고 그에 관한 논문들이 쏟아진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번 다큐도 8천만년 전 백악기, 공룡들의 마지막 낙원을 해남 우항리로 가정하고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한 달간 해남 일대를 답사한 제작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시나리오를 담당한 이용규 작가를 전남대 공룡연구센터에 상주시키면서 허 교수의 자문을 구했다. 허 교수는 “세계적인 논문을 참고하고 외국 학자들의 자문을 구해 뻐드렁니가 있었는지 혀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침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한 해에 몇 cm씩 컸는지 등을 세세하게 체크해가며 밑그림을 완성시켰다”면서 “제작팀의 열의와 근성에 탄복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근 1년 간 짜증스러우리만치 계속되는 질문공세에 공룡을 연구하는 해외 석학들에게 밤낮없이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정확한 고증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업도 해야 하고 남해안 공룡화석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터라 빈 강의 때나 주말은 온전히 제작팀에 헌납해야 했다. 

▲ 주인공 '점박이' 타르보사우루스. ⓒEBS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티라노사우루스와 함께 공룡세계를 주름잡았던 타르보사우루스(점박이),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숲의 검객’ 테리지노사우루스, 한국 공룡으로 명명된 해남이크누스와 부경고사우루스 등 8종의 공룡들이다.
  
실사촬영의 최적지로 뉴질랜드 현지 로케를 권한 것도 그다. 지금보다 따뜻한 날씨에 소철류, 고사리 등 8천만년 전 원시림을 재현하기에는 뉴질랜드가 안성맞춤이었다.
  
영화 속 화면 중 2곳 정도만이 해남 일대에서 촬영됐을 뿐 대륙을 횡단하던 초식공룡 친타오사우루스 무리이동 모습이나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점박이의 결투 씬이 벌어지던 숲 속 배경도 뉴질랜드 국립공원의 수려한 경관 덕에 가능했다.
  
이렇듯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진 덕분에 만들어진 다큐에 대해 허 교수도 내심 기대하는 바가 컸다. 지난 10월 체코에서 있었던 견본시에서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던 만큼 판권 판매에서도 나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제목을 ‘한반도의 공룡’(영어제목은 KOREANOSAURUS)으로 특정해놓고 몽골에서 화석이 발견된 타르보사우루스나 한반도에 살았다는 증거가 없는 벨로키랍토르가 등장한다든지, 백악기 전기인 1억2천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부경고사우르스가 동시대에 등장하는 것은 다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다큐의 리얼리티와 극적 재미를 위해 4천만년이라는 시간적 갭을 어떻게 메울까 상당한 고민을 했다”면서 “하지만 부경고사우루스가 8천만년까지 살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고 한반도에서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라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 때만 해도 중국과 일본, 한반도가 서로 붙어있었고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이 좋은 환경을 찾아 남북으로 이동했을 것을 감안하면 스토리의 다양성을 위해 그 정도 과학적 허용은 가능하다는 것. 그의 말에는 한반도 공룡을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려놓으려는 한국 공룡학자로서의 자부심과, 다큐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제작팀의 열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자연과학자로서의 고민이 함께 묻어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남고성, 전남해남 화순 여수 보성 등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 연구 자산은 무궁무진하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남해안 공룡화석지 유적이 등재된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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