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성공이 복지국가로 가는 열쇠”
“사회적기업 성공이 복지국가로 가는 열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9.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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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기업 협력틀 갖추고 지원해야
적극적인 전남에 비해 광주시 다소 소극적

전국의 사회적 기업을 진단하고 광주·전남지역에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뿌리내리게 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초기 기획을 잡을 때와 비교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고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술심포지엄과 아카데미가 줄을 이었다.
  
또한 9월초부터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 중인 ‘사회적 기업가 양성 프로젝트’는 광주?전남지역만 보더라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전남대 경영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만 하더라도 30명을 기준으로 준비되었으나 40명 이상, 그리고 타 지역은 인원 수를 제한해야만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기획을 마감하며 그동안 취재했던 사회적 기업들을 통해 나타난 성과와 과제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 지난 6일 전남대학교에서 개강한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과정. 신청자가 많아 광주·전남지역으로 수강생을 제한하고 사회적기업 ‘청람’과 ‘전남대 경영연구소’가 협약식을 가졌다.

사회적 기업의 핵심은 ‘사람’
  
지난 두 달 동안 전국을 취재하며 만난 사람들에게서 받은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치열한 자본주의의 생존현장에서 아직도 우리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따뜻하면서도 당차게 인생의 가치를 사람을 향해 봉사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은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했다.
  
물론 주요 취재 대상에 오른 사회적 기업들이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들과 맞물려서 진행해온 탄탄한 역사를 가진 곳이 대부분이기도 했지만 조직을 운영하고 주도하는 활동가들은 나름대로의 자기철학을 갖추고 활동하고 있었다.

취재 중 만난 몇몇 활동가들은 과거 사회변혁을 꿈꾸며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던 운동권 출신임을 짐작할 수도 있었다.
  
장애인, 독거노인, 경력단절여성, 여성가장, 젊은 예술가 등 자본주의 경제에서 필연적 산물인 저소득과 소외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실천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다양한 형태의 모범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최근 노동부와 실업극복 국민재단에서 전국적으로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지난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 활동가들은 이윤창출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흙살림 새벽공동체의 양기운 원장의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활동가는 마른자리가 아닌 진자리를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공동체로 가는 무한 잠재력, 사회적 기업
  
가사, 간병, 노인돌보미 등 취약계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다솜이 재단’ ‘안심생활’ ‘청람’ 등을 취재했다.

장애인의 자활을 돕는 ‘엠마우스 산업’과 ‘위캔’,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흙살림 새벽공동체’ 등은 소외계층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사람과환경·늘푸른자원·컴윈·아름다운가게’는 버려지는 자원을 모아 재활용하거나 재처리하는 환경과 자원의 리싸이클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다.

사회교육 분야에는 ‘바리의꿈·한누리·우리가만드는미래’, 문화예술분야에는 ‘사회적예술기업·자바르떼·노리단’ 등을 돌아봤다. 취재의 편의를 위해 자의적으로 구분하여 기획했지만 이들 기업들은 독특하고 다양하게 자기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 이들 사회적 기업들을 취재하며 이후 새롭게 인증 받은 기업들의 가치지향과 이윤 창출의 방법도 훨씬 다양하고 창조적인 아이템이 제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또한 이들 기업들이 쌓아놓은 활동사례와 조직운영 방식을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하여 더욱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뿌리내리를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사회적 기업으로 정부의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이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있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통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표준 조례안 연구, 육성법 손질은 과제
  
사회적 기업 육성법 상 정부의 1년 지원과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은 많은 인력을 활용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청람’ ‘안심생활’과 같은 조직에는 향후 난감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청람의 임동완 사무국장 등에 따르면 향후 정부지원이 끊기는 시점에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영광원전과 지자체 등과 협의하여 새로운 수익사업 찾기에 분주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용을 통한 사회적 가치실현을 목적에 둔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고민하고 있는 대목.
  
또한 리싸이클에 가치와 목적을 둔 사회적기업의 고민은 각종 세재혜택의 실현에 집중되어 있었다. 매입과 매출이 일정한 일반적 기업과 달리 매입은 적거나 없고 매출만 발생하는 이들 사회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고통을 격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발생되는 세금에 대해 당연히 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육성법에서 제기된 세제혜택이 현실화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최근 전라남도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여 오는 2012년까지 12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인증 받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광주시 관계공무원들은 인식의 부재인지 그 움직임이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다. 비엔날레, 광주천 다리복원, 각종 전시 등 전시행정과 화려한 치장에만 초점을 맞춘 광주시에도 변화의 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과정에서 제기된 육성법의 한계와 각 지자체의 조례안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은 인터뷰를 통해 가능한 모두 실었다. 다행히 입법기관과 노동부가 주축이 되어 육성법을 보완하고 표준조례안이 연구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취재의 큰 성과라 생각한다.
 
전문가 집단 실적 경쟁 경계해야
  
오는 2012년까지 10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는 새 정부의 공약은 점점 현실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이를 뒷받침하여 전국적으로 이를 연구하는 수많은 전문가조직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현재의 상태로만 보면 사회적기업과 전문가 집단이 비등한 수준으로 조성되었고 이에 따른 정부의 지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사회적 기업이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집단만 양성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향후 인증될 10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감안하면 이정도의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혹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각종 심포지엄과 아카데미를 통해 사회적 기업을 연구 홍보하고 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은 중요한 사업이지만 자칫 정부의 예산을 따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겉치레의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은 기우이기를 바랄뿐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회적 기업 활동가들은 각종 연구단체에서 요구하는 설문과 관련한 정부부처의 각종 서류작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각종 지원 사업에 갖추어야 할 서류정리와 설문조사에도 일자리가 창출 된 셈이라는 A기업 대표의 쓴웃음이 기억난다.

▲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가진 사회적 기업들은 화려한 조명의 돌잔치를 끝내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성장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후에 인증될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보다 밝은 미래사회를 열어주길 기대해 본다.

대기업의 참여가 아쉬운 사회적기업

  
부산의 안심생활과 현대자동자, 창원의 늘푸른자원과 삼성전자, 서울의 행복나눔재단과 SK텔레콤, 서울의 다솜이재단과 교보생명 등은 사회적기업과 대기업이 연계하여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외국의 사회적 기업과 달리, 외환위기 이후 실업극복 국민재단이 결성되고 일방적으로 정부에서 주도한 각종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사업 등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게 되었다.

제3지대론, 제3의 물결로 대표되는 사회복지의 세계적 추세에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사회복지정책은 서구사회보다 20여년 늦게 출발하였지만 그들과 비교해 비등할 만큼 급성장한 측면이 있다.
  
부의 양극화, 사회문화적 소외, 자연환경의 오염과 파괴 등을 야기한 급속한 경제성장의 중심에는 정부와 대기업이 있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고기술로 인한 기업의 인력감소는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하였고, 기업에서 생산하는 각종 재화와 서비스는 자연환경의 파괴와 문화의 불평등을 야기하였다.
  
현재 진행되는 정부주도의 사회복지정책은 머지않아 그 한계에 다다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사회복지정책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수많은 단체와 기업들에게 한국의 대기업들이 지원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닌 사회적 책무이다. 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기업과 소외계층이 소통할 방법을 찾을 때가 되었다.   

시장충돌, 사회적 기업이 풀어야할 숙제
  
기존의 사회복지정책은 시혜성이 강한 사회적 가치에 의미를 주고 진행된 경향이었다. 노동부의 일자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자활사업사업 모두 이익창출은 뒷전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이러한 가치실현과 함께 이익창출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과정에도 자생력을 기초에 두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간병인을 매개로 활동을 전개하는 ‘다솜이재단’ 등의 적극적인 활동이 소규모 간병인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시장충돌이 일어나고 대기업이 이런 시장까지 파고드느냐는 원성을 들을 수도 있다.

버려진 컴퓨터를 재활용하는 ‘컴윈’의 경우에도 일반 컴퓨터 조립업체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사람과 환경’은 지난해 지차체의 경쟁 입찰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어 가산점을 받아 비슷한 규모의 업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윤창출을 통한 자생력 확보가 가져온 결과들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여러 단체가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일반시장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과제이다.

‘청람’의 사례처럼 지적장애인을 고용하고 훈련하여 독거노인 돌보미 사업에 파견하는 경우나, ‘우리미래’의 경우처럼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을 주요 구성원으로 고용하는 경우, 그리고 ‘위캔’ ‘엠마우스 산업’과 같이 장애인을 고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등의 기존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적 기업만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사회적 기업이 일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자체나 연관된 대기업에게 당당하게 파트너십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은 사회적 기업 스스로 적극 고민해야할 과제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법이 실현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벌써 100여개의 기관이 정부의 인증을 거쳤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4, 5년의 내부준비과정을 탄탄하게 밟아온 기관들이다.

기업적 이윤창출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비중을 두고 사업을 전개해 왔기에 짧은 기간 많은 성과를 냈던 것이 사실이다.
  
노동부의 인건비와 4대 보험료 지원 등 각종 혜택만을 바라보고 인증을 받으려는 수많은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정부의 재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며, 두 마리의 토끼를 쫒는 기존의 사회적 기업도 새 길을 개척한 것일 뿐 성공했다 말할 수는 없다.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모델의 창출로 이 사회의 어두운 곳들이 밝아지는 세상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취재기간 동안 꾸준히 조언하고 도움을 준 청람 임동완 사무국장과 광주고용지원센터 송보람 님, 그리고 기꺼이 취재에 응해준 많은 사회적 기업 활동가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기획을 마치고자 한다. /김관후 시민의소리 기획실장 · 박상하 나주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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