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의 괴력
광우병의 괴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8.05.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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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집(참여자치정보센터 이사장)

“요즘 광우병 때문에 난리인데, 아빠는 뭐하고 계세요?”
며칠 전 중3 딸아이가 아침을 먹으며 물었다. 촛불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2MB가 영어몰입교육도 한대요, 인터넷에 난리가 났어요.” 하는 것이었다.

아하! 나는 그제서야 촛불시위에 중고생들이 모이는 것이 단순히 광우병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에 광우병이 나타난 것은 1986년 영국이었지만, 이미 1983년 프랑스에서도 광우병 의심이 보고된 바 있었다. 그러나 유독 영국에서만 문제가 부각된 것은 1980년대 말 유럽통합운동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체결되어 유럽연합 헌법초안이 마련되었으나, 유럽연합의 마지막 단계인 화폐통합(유러화)에 영국이 파운드화를 고집하면서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1993년 5월 영국의 15세 소녀가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희귀질환인 CJD증세로 사망하자,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은 광우병이 스크래피감염 양의 부산물로 소에 감염되었다면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며 영국축산물을 집중 공격하여 수입을 금지한다.

유럽통합운동에 백기 든 영국

광우병 진단은 BSE(소해면양뇌증)라는 명칭처럼 뇌세포에 공포(空胞)가 나타나는데, 이는 살아있는 소의 뇌를 부검해야 확진할 수 있다(사람도 마찬가지다).

Downer(기립불능)소에 대해 뇌부검을 의무화하자 매일 수백 건의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결국 영국은 1996년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변종CJD(vCJD)를 생기게 한다는 잠정결론을 내리고 대대적인 소각조치를 단행하여 무려 130만 마리의 소를 소각하게 된다. 이 여파로 축산농가와 축산가공업 등이 파산지경이 되자, 결국 영국은 파운드화를 포기하고 유럽연합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동시에 영국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유럽의 모든 나라가 동물사료를 사용하고 있었고 광우병 의심소의 뇌를 부검하지도 않는 점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부터 광우병 파동은 전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여 총도합 4백만 마리의 광우병 의심소를 소각하게 된다.

물론 각 나라마다 정부 관리들이 나서서 안전하다를 연발하였지만, 부검절차에 들어간 시점부터 광우병소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촛불시위 

인간광우병으로 지금까지 약 1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대부분 부검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미국은 부검하지 않고 치매로 판명받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게 드러났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인간광우병에 관련하여 부검을 실시한 바가 전혀 없다. 고로 인간광우병으로 확진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일례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영국에서 수입한 사료용 육골분이 한국 60만 톤, 일본 350만 톤이나 된다. 이로 인해 일본은 5년의 잠복기간에 해당하는 2001년부터 매년 수 건의 광우병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리 없는 것이다.

인간광우병에 대한 경고는 무수히 반복되었지만, 2MB는 한미FTA체결을 위해 검역기준완화를 전격 수용하였다. 그러나 어쩌랴! 영어몰입교육 등 위기를 느낀 고딩 중딩 초딩들이 나서서 ‘미친 소, 너나 먹어’ 외치며 촛불시위를 주도할 줄 누가 알았으리오.

대영제국도 광우병의 괴력에 굴복했는데 2MB라고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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