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초심(初心)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8.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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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이기훈(누리문화재단 사무국장)

필자는 초보 운전자다. 면허는 10년전에 발급받았지만 흔히 말하는 장롱 면허소유자다.   차 없는 것이 딱히 불편하지도 않아 마음 편한게 최고라 생각했는데, 작년말 시행된 버스 준공영제 때문에 마누라 출근길이 험난해져 올해초에 어쩔수 없이 중고차를 구입했다. 덕분에 필자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차를 이용한다.

우리 부부는 운전을 시작할 때 서로에게 약속을 했다. 신호위반이나 과속하지 말자, 운전중에 화내지 말자, 절대 음주운전 하지말자 등, 아마 다른 사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것이다.

2007년 1월 15일, 큼지막하게 초보운전 글자를 부착하고 운전한지 한달도 안되어 우리의 기대는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초보운전 글자는 노련한 운전자에 의해 너무나 쉽게 무시당하고, 안전을 위한 앞차와의 최소한의 거리는, 차선 변경 신호도 없이 끼어드는 차량과 경적소리에 오히려 정상(?)적인 차량 흐름에 방해는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갓길 주차는 어쩔 수 없더라도 교차로에 교묘히 주차하는 운전자를 보면서 혀를 찰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운전한지 7개월이 지난 어느날 오후, 금남로 교차로에서  앞차 뒷유리에 붙어있는 「초보운전」이란 네 글자가 선명히 보인게 아닌가, 순간 당황하였다. 그 순간만큼, 초보운전이란 네글자가 크게 보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사항들이  적당한 것이 좋지 않는냐로 합리화되고, 상대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쏟아지는 육두문자 등... 어느새 나도 평범(?)한 운전자중의 하나가 된것이다. 

몇 년전 일본을 갈 기회가 있었다. 여러 도시를 보면서 놀랐던 것이 있다. 출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경적소리와 끼어들기, 건물이나 도로의 갓길 주차 또한 전혀 볼수가 없었다. 사람사는 것은 똑같은데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 안내자에게게 물어보니 일본도 처음에는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강력한 단속과 제도의 정비,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금이 교통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하였다. 

차량대수가 가구수만큼 많은 요즘에, 차를 구입할 때 개인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구입을 못하도록 일본처럼 제도적으론 막을순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한데 갓길 주차라 해서 무조건 딱지를 발급할 수는 없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것이다.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약속했을 그 마음을 다시 살리는길 밖에 없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이 다양한 제도개선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치, 경제 등 사회적 현안이나 문제가 발생할때 항상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초심(初心)을 회복하는 것은 마음 자체가 아니라 실천이다.  얼마전 승용차 옆자리에 동승한 한 선배에게 “차가 있는데 왜 오늘 안가지고 왔느냐”고 물어보자 “응, 오늘 내차가 10부제여서”라고 답했다.  “유명무실한 10부제는 뭐하러 지켜, 아무도 안 지키는데” 그러자,  그 선배는 “나라도 10부제를 지키면 다른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잖아”...,,

오늘따라 그 선배의 말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한번쯤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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