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아이는 다섯살 다운 행복을 느끼게"
"다섯살 아이는 다섯살 다운 행복을 느끼게"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7.05.0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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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대안 교육현장⑨]

공동체 정신·수요자 개성 살리는 교육 지향
통제·평등 기제 탈피 평준화, 입시제도 극복

▲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사이좋게 앉아 배추모종을 직접 밭에다 심어보고 있다. 생태어린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벗삼아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 공동육아 또는 생태유아공동체

대안교육은 익히 언급한 대로 경쟁의 논리를 떠나 공동체 정신의 구현을 추구하고 획일적 통제가 아닌 수요자 개성을 중시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여기에 근대문명에 대한 철학적인 반성을 기반으로 한 생태주의, 곧 인간과 세계를 유기체로 인식하는 생명존중 사상과도 맥이 닿아있다.

그 중에서도 ‘공동육아’는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백지 단계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다양한 자연친화적 경험을 함으로써 신체성장과 더불어 여러 영역의 발달을 도모한다. 또한 가족과 사회가 공동으로 육아를 책임진다는 생각에서 양육과정에 부모가 적극 참여하는 ‘협업’ 개념의 양육과정이 특징이다.

공동육아를 꿈꾸는 부모들은 이 밖에 안전한 먹거리와 친환경적인 놀이공간이 아토피 등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도시형 질병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강육아라는 점에서도 뜻을 같이한다.  

광주에서는 지난 2월에 문을 내린 ‘공동육아땅강아지’와 광산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어깨동무’, 그리고 전남 담양의 ‘푸른별자연학교’, 장성의 ‘한마음자연생태유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2003년 발족한 광주생태유아공동체에는 30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가입해있다.

공동육아와 생태유아공동체는 부모의 참여와 역할에 따라 구분지어지기도 하는데 공통분모라면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려는 노력이다. 그 때문에 조기교육과 같은 지식주입 형 과정보다 잘 먹고 잘 뛰놀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채희관 광주생태유아공동체 사무국장은 “채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인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하고 조기학습을 하는 잘못된 교육환경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며 “다섯 살짜리는 다섯 살짜리로서 행복을 느끼며 살도록 유아교육부터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리농법 체험활동에 나선 어린이들. 오리들아,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 공교육의 대안적 교육과정

1990년 대 초부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방식의 대안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반면 대안교육현장들은 대체로 소규모이며 비인가 상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인가된 특성화학교가 아닌 이상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며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대안교육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연유로 일부에서는 대안교육이 중산층 이상의 귀족교육 또는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이 부족한 또 하나의 사교육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교육은 국가가 운영하거나 법에 근거를 두고 운영되는 학교교육을 말하며 대안적 교육과정이란 국가 관리와 평등성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동체사회 지향, 지식을 넘어 선 가치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 앎과 생활이 밀착된 생활교육과정, 삶의 총체성을 닮은 문화교육과정 등의 흐름을 총칭한다.

2000년대 들어 전교조부설 참교육연구소와 전국교과모임을 중심으로 준비된 대안적 교육과정은 7차 교육과정이 갖는 현장에서의 한계, 오류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거나 대체하는 차원에서 고민되기 시작했다. 공공성의 철학, 사회통합의 전망, 인권, 학습노동의 적정화, 입시경쟁의 해소, 교실 속 창조성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성이다.

가장 크게는 교육과정 개발기구가 소수가 독점하는 폐쇄적인 정책수립구조를 극복하고 교육전문가 외 환경, 인권 등 각 영역별 또 노동자, 농민 등 각 계층별 대표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밖에 발달단계를 고려해 영재, 장애아 등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구성 운영하고, 협동학습을 교수학습의 주요원리로 삼아 협력적 감수성을 높이고, 수량화와 비교, 점수를 무기로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에서 벗어나 기형적인 입시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선발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병수(경기 토평중 교사) 범국민교육연대 정책위원은 “고1년 학생들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정규 수업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여기에 사교육을 포함하면 압도적인 수치”라고 진단하고 “교육 획일화의 주범인 평준화와 입시 제도를 극복하기 위해 교과와 학교선택의 자유, 교육활동의 다양성 보장과 교사의 수업자율성 보장으로 그 흐름을 바꿔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토끼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어린이들.
‘공동육아땅강아지’, 그 4년의 실험
[인터뷰]땅강아지 전 조합원 조성식 씨

   
 
  ▲ 땅강아지 전 조합원 조성식 씨.  
 
지난 2003년 2월 개원해 올해 2월, 만 4년 만에 공동육아 실험을 접고 폐원한 광주 공동육아조합 ‘땅강아지’. 기존의 상업화된 민간 보육시설의 낮은 보육의 질과 단순-반복-획일적인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창의력과 탐구심, 실험정신을 키울 수 있는 바람직한 육아와 교육을 위해 시작한 원대한 실험은 왜 계속되지 못했을까.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뜻의 공동육아는 어른들의 인식변화와 동시의 생활변화 더 나아가 사회문화의 변화를 꾀한다는 일종의 진보적 사회운동의 영역으로까지 이해됐지만 학부모들 간의 의견대립과 갈등으로 끝내 막을 내리고 말았다.

땅강아지에서 3년 간 아이와 함께했던 조성식 씨는 “비영리육아를 지향하며 학부모들이 노동과 일손을 분담하고 교사는 육아에만 전념하게 하자는 취지였는데 점점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합원이 중심, 교사가 보완적인 관계로 나뉘면서 마찰이 일기 시작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20가구 내외로 시작했던 육아조합은 조합원들 간의 잦은 의견대립과 교사들과의 마찰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조씨 아이의 경우 3년 동안 모두 교사 11명의 낯을 새로 익혀야 했다. 조합원들도 이에 실망해 들고나는 일이 잦았다.

장소(광주 북구 효령동)가 너무 먼 것도 문제였다. 통학버스가 없는 탓에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교사들의 출퇴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조합원 수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부모들의 노동 부담률도 만만치 않았다.

조 씨는 “어린이집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소신과 소신이 부딪히면서 어린이집 운영방향을 놓고 마찰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서로의 지향점은 같았지만 시각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 그로 인한 피해는 당장 어린이들에게 돌아왔다. 잘됐으면 하는 부모들의 과욕이 자녀들에게는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조씨는 공동육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서로에게 주장을 강요하지 말고 모두가 초보라는 자세로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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