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5.08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편의 시와 그림]임동확

모든 것들은 이내  허공 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니,

잊는 법을 배워라.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들은

때로 뜻하지 않는 가수의 노래 속에서 폭풍처럼

예고 없는 시간의 영혼으로 휘몰아쳐 오리니

누군가 애써 그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다 해도,

행여 슬퍼하거나  금세 비난하려 덤비지 말라

보라, 그게 옳은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한때 쇠죽처럼 들끓던 분노 구덩이마다 뿌리내린

은행나무들이 여름 분수처럼 산소 향즙을 뿜어내며

지나가버린 것들을 애써 불러 세우고 있나니

이제 역사는 제가 보고 들은 것, 비겁과 용기를

기억하고 반추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으리라

분명하고 단호하게 전진해온 비정의 세월이

새처럼 아직도 생생한 추억의 중심부로 여전히

치사량을 넘지 않는 희망의 먹이를 물어오고 있나니      

파괴할 수도, 가려질 수도 없는 진실은

어떻게든 거듭 태어나는 게 마땅하고 또 마땅하리라

괴로워하지 말라. 그러니 그 절대의 순간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해도, 저 밤별처럼

망각조차도 지칠 줄 모르는 불멸의 항성으로 떠돌리니

진정 영원한 것들은 바로 그 영원하지 않는 것들의

그 모든 우연이나 즉흥을 압도하며 다가오리니

[시작노트]

문득 사반세기가 지나가버린 광주의 5월. 제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그 날의 생생한 아픔과 분노는 재현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 우린 습관적이고 반사적으로 그날을 기념하고 호명하고 있다고 보는 정직하다. 그렇다면 세월의 힘에 떠밀려 이렇게 모두 사라지고 망각되어가는 정상적인가. 하지만 한 번 태어난 모든 것들은 비록 그 모습과 형태를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불멸의 항성으로 거듭 태어나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날로 퇴색해가는 5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홀로 추모식을 가져보기도 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