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위주보다 수월성 교육으로 엘리트 양성
전남 나주시 드들강변에 위치한 ‘빛고을대안학교(교장 양인목)’. 전남 순천의 평화학교(2003년 개교)에 이어 광주전남에 두 번째로 들어선 초등대안학교(2006년 개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등과정을 포함한 12년제 대안학교를 목표로 삼고 초등학교 과정부터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방문한 지난 4일, 교정에선 난데없는 붕어빵 잔치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고민하다 최근 마련했다는 붕어빵 기계 앞에 양 교장이 제법 틀이 잡힌 자세로 붕어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광주 근교에다 시설 또한 유수 사립학교 못지않아 광주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입학 시 입학금 100만원을 포함해 기부금 200만원을 내야하며 다달이 들어가는 학비는 광주 학생들이 35만원, 인근인 나주, 화순은 24만원을 낸다.
전체 학생은 141명이며 그 중엔 7학년 12명, 8학년 2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 7, 8학년 학생들은 학교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교사는 특기적성 강사를 포함해 모두 20여명. 한 반이 15명씩에 불과해 세심한 배려가 가능한 탓에 아이들의 교사만족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양 교장은 대안학교법 시행령 세칙이 공표되는 데로 교육인적자원부에 특성화학교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학원 보낼 필요 없이 학교에서 특기적성 소화
빛고을대안학교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명문학교를 지향한다.
수도권 지역에서 12년간 ‘주말학교’라 불리는 체험 형 대안교육을 해오다 본격적으로 대안학교 현장에 뛰어든 양 교장은 “운동가적 열정과 실험적인 성격으로 시작한 대안학교들이 서서히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과학적인 교습방법으로 대안학교의 전범(典範)을 제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부 초등대안학교의 경우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렇다고 대안교재에 대한 연구도 없이 인성 위주의 교육에만 매달리다 막상 중학교에 입학해 수업내용을 이해 못하는 폐해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
빛고을대안학교는 에포크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학생이 주체가 돼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토론학습으로 논리적인 변별력을 기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의 객관적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참여한 지난해 수학능력경시대회에서는 참가자 중 97%가 대회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양 교장은 “기억력 시합이라도 하듯 전략적으로 공부해서 인기대학을 진학하는 지금의 교육풍토는 결코 인간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할 수 없다”며 “몸소 경험으로 지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풍삼아 매주 가는 현장학습과 2박3일 동안의 체험학습, 지난 여름 흑산도에서 보낸 섬 체험, 자매학교인 영국의 Acorn스쿨로의 이동수업 등 현장수업이 쉴 새없이 계속된다.
언제 공부하고 언제 돌아다니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한 데 그 비결은 바로 놀토(노는 토요일)가 없고 여름과 겨울방학이 각 2주뿐이라는 점이다.
4월 중순에는 영어마을 10개 동을 학교 운동장 한 편에 세울 계획이다. 각 부스마다 공항, 슈퍼마켓 등 상황을 설정해 놓고 원어민 교사들과 부스를 바꿔가며 1:1로 대화할 수 있게 했다. 적은 금액으로 이상적인 교육환경을 실현하고 영어사용을 일상화하자는 취지다.
빛고을대안학교의 체험형 교육은 실물경제를 익히는 데에서도 어김없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학교에서 키우는 닭이 난 달걀을 각자의 부모에게 팔아 염소도 사고 돼지도 구입했다. 얼마 전에는 그렇게 키운 돼지 6마리를 시장에 내다팔아 다시 송아지를 구입할 예정이다.
내친 김에 이번 주에는 나주장, 남평장 등 인근 5일장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붕어빵도 굽고 떡, 식혜 등도 직접 팔아보게 할 생각이다. 이러한 시장체험은 아이들에게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인들의 삶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소비의 미덕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양 교장은 “인성교육 위주의 선진국 대안학교들이 모두 실패하고 있고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 엘리트 형 대안학교만이 살아남는 추세”라며 “빛고을학교의 컬러는 민족사관고, 거창고와 같이 우리사회에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 빛고을 대안학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