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경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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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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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이 기자

 전남지방경찰청이 일개 경찰서의 폭행사실을 앞장서 변호·부인하는 배경에 일면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찰 상하 조직간 동일체 의식의 발로라기보다, 피해의식에 대한 동질성에서 비롯된 자구책의 일환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캐리어 노조원 한승육씨가 광산경찰서 형사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시점이 4월29일 새벽이라는 점, 노동절을 이틀 앞둔 때이기도 하거니와 대우차 부평공장 노조원 집단폭행이 일어난지 불과 19일이 흐른 날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민승기 인천청장, 김종원 부평서장이 직위해제 됐으며 진압부대였던 기동2중대가 해체됐던 기억이 생생하던 시점이다. 여론이 들끓던 그때 난데없이 불거진 집단폭행은 경찰에게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이것은 정권이 흔들릴 문제"라고 가족과의 면담과정에서 내뱉은 경찰간부의 말은 그 위기 인식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하더라도 전남경찰청이 '사건진상'이라는 문건을 인터넷에 발표하면서 진실을 왜곡·호도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의 문건은 그 자체로 모순 투성이며 얼마나 반박에 궁색했는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첫째 폭행부분에 대해 광산서 수사과장이 "미안하다"고 사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때린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둘째 치료비 문제는 경찰이 "십시일반 모아 해결하겠다"고 했는데도 문건에는 경찰이 치료비를 물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못 믿겠으면 지갑을 맡겨놓겠다"는 경찰간부의 말은 이 문건에 빠져있다. 사과문 작성과정에서도 경찰의 오류는 지적된다.

새벽 경찰 봉고차 안에서 헬멧을 씌워놓고 형사 4명이 쇠파이프로 30여분간 집단폭행을 가한 한씨의 폭행사건은 단순폭행사건이 아니다. 형사 1명은 "네가 이근안이를 아느냐, 내가 풍암지구의 양근안이다"고 말한 뒤 "파업투쟁에 가담한 동료의 이름을 대라"고 폭행을 시작, 나머지 3명이 합류했다고 한씨는 증언하고 있다.

이것은 고문이다. 사법사상 경찰의 폭행고문으로 경찰이 처벌받은 경우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권인숙 성고문사건을 포함하여 단 4건뿐이다. 대부분은 기소유예 되거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민중이, 힘없는 서민이 경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며, 종국에는 한이 맺히는 일이었는지…, 여태 우리나라에 단 4건뿐이었을까.

한씨의 폭행사건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경찰청은 상위조직으로서 일선 경찰의 폭행사실을 수사하고 처벌해야할 직무를 의도적으로 유기하고 있으며, 사실 왜곡의 반박문건을 발표하여 공문서 위조라는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광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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