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와 그림]조진태
장엄한 것은 비뿐이 아니다 저 쏟아지는 눈을 보며
아무개는 강원도 산골을 생각할 것이며
아무개는 달콤한 연인의 길을 상상할 것이며
아무개는 또한 영화 철도원의 적막속의 신비스러움을 연상할 것이고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들은 연탄재 깔린 골목길을 떠올릴 것이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속절없는 20대를 기억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벌써 2006년 말이며 내 나이 지천명을 앞두고 있다. 20대란 얼마나 아름다운 세대인가. 느끼지 못하면서도 세상의 한 중심에 서있으며 알지 못하면서도 기성사회를 통박하고 극복하고자 자신을 던진다. 그 열정을 무엇과 비교하겠는가. 아무런 까닭없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나의 20대가 저러하였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나의 20대는 아마 소낙비를 닮았을 것이라 정리하였다. 초가 지붕을 하얗게 덮던 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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