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5월기념물-어딜가야 5월 광주를 만날수 있나요
6. 5월기념물-어딜가야 5월 광주를 만날수 있나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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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물

역사성 현장성 무시 기념사업
박제화된 역사는 감동 못준다


'80년 광주'를 알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외지인들은 물론 그날을 경험해보지 않은 지역민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는 그만한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5·13특별담화를 통해 국가기념일 제정, 전남도청 위치에 기념공원 조성 및 기념탑 건립, 상무대 일부 무상양여 등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5·18기념사업은 그동안 3가지 축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 95년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에 의해 마련된 이 계획안에 따르면 망월묘역은 5·18희생자들의 높은 뜻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의 장'으로, 도청은 역사의 현장보존을 통한 '역사인식의 장'으로, 상무공원은 5·18을 넘어 승화시킨 미래를 향한 '발전의 장'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망월동과 상무공원은 역사성과 현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도청은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어 민주성지다운 기념사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망월동의 경우 신묘역을 조성해 성역화하면서 오히려 박제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신묘역 조성을 통해 80년 당시 쫓기면서 암매장하듯이 아무렇게나 묻어야했던 유족들의 한을 달래기는 했지만 반대로 그로인해 열사들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원죄의식을 느끼며 정신계승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했던 역사적 현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실 망월동 구묘역은 80년이후 지난 97년 신묘역이 조성되기 전까지 17년동안 낮에는 물론 밤에도 전국에서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장소였으며 특히 80년이후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산화해간 열사들이 함께 안장돼 있어 그 자체로서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됐었다. 그러나 말끔하게 단장된 신묘역에서는 몇가지 조형물을 빼고는 처절했던 그날의 체취를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며 특히 민주열사들의 합장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구묘역과 연계프로그램도 없어 5월과 민주화운동간의 역사적 단절마저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무공원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 상무공원은 광주시의 역사의식 부재, 이를 방관한 광주시민들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소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상무대가 자리잡은 이곳은 80년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시민들이 체포, 구금되어 모진 고문과 함께 군사재판을 받았던 법정과 영창, 헌병대 본부 사무실 등이 자리잡은 곳으로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해야할 가치가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다.

이에따라 80년대말부터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와 송기숙교수 등 5월단체 인사들이 상무대이전이후 집단배상차원에서 상무대 전체를 광주시민에게 무상양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태우정권은 91년 상무대 부지내 공원개발용도 10만평중 5만평만을 5·18기념을 위해 광주시에 무상양여한다고 밝혔고, 김영삼 대통령은 5.13선언을 통해 상무대부지 5만평을 추가로 광주시에 무상양여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에앞서 광주시는 상무지구를 택지로 개발하면서 상무대 영창 등의 보존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은채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는 도시계획을 입안하는 몰역사성을 드러낸 것. 결국 5.13선언이 발표되자 뒤늦게 전남대의 용역결과에 따라 부랴부랴 기존의 근린체육공원으로 수립된 계획을 변경, 지금의 5·18기념공원과 자유공원을 조성하고 영창 등을 이전복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99년 4월 자유공원을 조성하면서 이전 복원한 영창 등에서는 그날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성을 체험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지난 5월 개관한 기념공원내 문화관도 국제회의장 등이 들어서 있어 역시 5월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자유공원과 기념공원이 1km이상 떨어져 있지만 연계성도 부족, 이들 두 공원이 미래지향적인 5·18기념 문화공간으로 승화시키는 공간으로 자리잡을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와함께 기념사업의 핵심축으로 '역사기억의 장'으로 자리매김된 도청의 기념공원화는 지난 95년부터 '허송세월'로 인해 도청이전사업이 표류하면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도청이 예정대로 이전했더라면 도청의 기념공원화는 지난 98년께 끝날 사업인데도 지체된데다 앞으로 예정대로 도청이 이전하더라도 2003년이후에나 기념공원화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5·18기념사업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주시가 80년 당시의 주요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2년동안 조사작업을 통해 사적지로 지정한 25개소의 경우 일부는 이미 없어졌고 그렇지 않은 곳도 알듯말듯한 표지석만 세워둔 상태여서 5·18기념물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하다는 평가다.

결국 광주는 그날의 함성, 분노, 절망과 함께 희망까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념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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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물 사업 보완대책
"조형공원 영상관 만들자"

광주시 5·18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국무총리산하 민주화운동보상지원단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안종철박사(정치학)는 광주가 민주성지라는 상징성을 활용, 도시마켓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위해 유형의 기념사업으로 보완해야할 것이 조형공원과 영상관이라는 게 안박사의 주장.

조형공원과 영상관의 모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1800년대와 1900년대 시카고와 뉴욕 주요도시의 건물 등을 조형물로 완벽하게 재현해놓았고 이어 영상관에 들어가면 마치 100∼200년전 뉴욕이나 시카고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 체험관.

광주도 '항쟁 10일'을 축소조형물로 생생히 재현하고 이어 영상관에 들어가면 80년 당시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공포, 분노, 희열, 좌절 그리고 희망 등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쯤되면 광주는 재미있고, 볼거리도 있고, 그래서 진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세계의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안박사는 이같은 조형공원과 영상관은 도청 기념공원에 세우고 기존 기념사업과 연계시키는 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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