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구절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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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와 그림]나종영

누이가 오려나
구절초 새초롬이 피어 있는 울바자에
까치가 울고 있다
어느 하늘 어느 공장에서 떠돌고 있는지
허름한 옷가방 싸구려 치마 하나 걸치고
봄바람 따라 돈 벌러 간 서울길
무서리 허옇게 머리에 인 억새풀 피었다 지고
추석이 지나가도 겨울이 다가와도
몸 성히 잘 있다는 소식 하나 없는 누이
어느 지붕 밑 침침한 벌집 방에서
작은 가슴 몸이나 데우고 있는지
첫눈이 내리려나
구절초 고개 숙인 들길에 갈바람 불고
누이가 오려나
까치밥 홍시 걸려 있는 잔 나뭇가지에서
멧새가 울고 있다.

▲ 강남구 작. 공간-바람.
* 시작노트

누이는 아침이나 먹고 출근을 했을까
타워펠리스 고층아파트 그늘을 지나면서 누이는 뒷목을 치고 오는
겨울바람에 고개나 들 수 있었을까 미쳐 널뛰듯 오르는 서울 강남 아파트 값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떨기 구절초 같은 전라도 가난한 누이를 생각했다
발 편히 펼 수도 없는 단칸 쪽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출근 길을 나서는 누이야, 너에게 건강해라, 잘 있어라, 밥 꼭 챙겨먹어라, 그런 말조차 사치스 러워 건넬 수가 없구나
수십억 가는 아파트를 가진 자들이, 아파트 한 채에 수십억이 되도록 올려놓 는 그들이 오늘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는구나 그리고 또 지그들끼리 맞 네 틀리네 본말이 전도된 삿대질을 해대겠구나
아! 슬프구나
그래도 누이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부탁이다만,
첫눈이 오기 전에 전화 한통 해주거라 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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