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家)라는 글자는 [얼]이 담겨 있는 집 가(家) 자(字)로 되는 것입니다. 가(家)는 건물 쪽 집이 아니고, 얼 쪽 집이 되는 것입니다. 가(家)에는 행신집(行身家)이 있고, 글집(文翰家)이 있고, 벼슬집(仕宦家)이 있습니다.

행신집을 덕행가라고도 합니다. 글 잘하는 집을 문한가라고 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덕행보다 낮은 것이어서 행신집 보다 아래급에 놓이게 됩니다. 벼슬하는 집을 사환가라고 합니다. 사환집은 임금 교지를 많이 가지고 있을 뿐, 글이 없고 행신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벼슬집은 글집보다 아래급에 놓이게 됩니다. 교지를 요즈음 말로 하면 대통령 발령장이 됩니다.

이들 세 가지 집 가운데서 [얼]이 담겨져서 계속 이어지게 되는 집이 [행신집]으로 됩니다. 효자 집에서 효자가 나오고, 효부 집에서 효부가 나오고, 효자집에서 순손(順孫)이 나오게 되는 것 입니다. 효자 집에서 후덕 함이 나오고, 효자 집에서 적선 함이 나오게 되는 것이어서 옛 부터 행신집을 으뜸으로 쳤습니다. 그리고 가문에 징사 한분이 배출됨이 정승 3명이 배출되는 것 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집택(宅)이라는 글자는 눈에 보이는 집이요, 손에 만져지는 집으로 됩니다. 건축물의 집택 자로 되는 것입니다. 택지(宅地)라는 말이 있고, 택호(宅號)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가(家)라는 글자는 눈에 보이는 건축물로서의 집이 아니고,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집이라고 이야기드릴 수 있습니다.

가풍(家風), 가훈(家訓), 가정(家庭), 가업(家業)이라는 말들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얼의 의미인 집]이라는 가(家)입니다. [그 집이 윗대부터 교과서가 있는 집이다]라고 했을 때 그 집은 건물쪽 집인 택(宅)이 아니고, 얼쪽 집인 가(家)로 되는 것입니다.

[그 집은 윗대부터 교과서가 없이 제멋데로 사는 집이다]라고 했을 때, 역시 그 집은[얼쪽 집]인 가(家)로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교과서]란 가정의 기본 또는 규범을 뜻합니다.

사전에는 [얼집]으로 가(家)가 있고, [넋집]으로 댁(宅)이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얼집]과 [넋집]이 나뉘어지지 못하고, 다만 [집]이라는 말로 두 쪽을 오가며 사용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