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봄의 여유 갖는 가을
돌아봄의 여유 갖는 가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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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 김용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현대인들은 매일같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만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얻어내야 하고 경쟁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를 버리는 일을 쉬이 놓아서는 안 된다.

디지털로 상징되는, 속도와 경쟁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이 미덕이 되어 버렸다. 낙오할 것만 같은 불안감, 도태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은 삶의 결들을 까칠하게 일으켜 세운다. 활시위를 힘껏 당겨놓은 것 마냥 팽팽하게 긴장한 몸으로 쉴 새 없이 주위를 살피는 불안한 두 눈의 현대인들.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강퍅해지고 쓰나미처럼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하루하루를 현대인들은 버텨야만 한다.

삶이 이렇다보니 한 발 짝 물러서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일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순간 순간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아날로그적 삶을 영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모함이 느껴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내가 살아온 삶의 자취를 세심하게 살피는 ‘돌아봄의 여유’를 가지는 일이 광속(光速)과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허망하고 사치를 부리는 일에 지나지 않을까.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 ‘개구리가 주저앉은 뜻은 멀리 뛰기 위함이다’와 같은 식상하지만 진실을 담고 있는 격언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낙오의 불안과 도태의 두려움에 휩싸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용기를 낼 때다. 내 삶의 질과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날에서야 진즉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했음을 후회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당장은 그러한 생각들이 무의미하고 소용없는 낭비로 보이더라도 ‘돌아봄의 여유’를 가져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래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돌아봄의 여유’를 갖는 것은 나를 돌아보고, 내 주위를 찬찬히 살피면서 풍성하게 내 삶의 나무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며 이는 결국 나의 미래를 밝히는 환한 ‘등대’가 될 수 있다.

다만 뒤돌아 바라 본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오히려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의 보폭’을 잠시 줄이는 것은 결국 더 힘차고 더 넓은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계기(契機)’이기 때문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과실을 준비해 온 자연의 만물이 드디어 풍성한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우리도 이 여유롭고 알찬 계절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어깨 위 한가득 쌓인 고단한 삶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한 해 동안 알차게 가꾸었던 과실을 수확하고 삶의 가지에 무겁게 매달려 있는 낙엽들을 천천히 떨구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번 가을, 풍성함과 여유로움으로 가득 찬 계절을 만끽하며 ‘돌아봄의 여유’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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