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가光州戀歌
광주연가光州戀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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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와 그림] - 나종영
광주연가光州戀歌
-나종영

나는 오늘 무등산을 보러 간다
새벽 툇마루에 앉아 마른 눈물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같은 산 무등산을 보러 간다
나는 오늘도 광주천에 나가본다
사람들이 꽃 같은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걸어가는
강 언덕 푸른 숲 속에 숨은 사랑을 찾으러 간다
하루해가 저물면 아직도 오지 않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우리는 비 내리는 충장로를 걸으며, 술 한 잔
술 한 잔에 젖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깃발을 세워라 맨가슴 설운 사랑아
망월동 넘어 밝은 해가 뜨리라
극락강 너머 둥근 달이 뜨리라
오늘 너는 무등산에 올라간다
저물녘 강가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누이를 부르는
아버지 같은 산 무등산 품으로 간다
너는 오늘도 망월동에 터벅터벅 간다
이제는 모습도 한 떨기 꽃 같던 얼굴도 가뭇한 그 사람
찔레꽃 덤불 속에 그 향기 만나러 간다
하루해가 저물면 어디론가 떠나간 누군가가 그리워서
오늘도 우리는 광장 앞 분수대에 나와, 서러운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깃발을 걸어라 푸른 잎 붉은 사랑아
금남로 거리마다 별빛이 비추우리라
무등산 골짜기에 새 동이 트리라
아 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우리는 무등산을 보듬으며 영원히 광주에 산다.

▲ 강행복作 목판화
[시작노트]
광주사람들은 하루에 한번이라도 충장로나 금남로에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별 볼일이 없어도 한번쯤 인파로 가득한 시내거리를 쏘다니곤 했다. 그런 날이면 가까운 이웃이나 소식 끊긴 고향 친구를 만나면 반갑고 가슴이 뭉클해서 손을 놓지 못하고, 무등극장 앞 물만두집이나 메밀하우스에 가서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정을 때웠다.

그 어두운 시절엔 누구라도 만나 왕대포 한 잔이라도 해야 허한 마음을 달래고, 일상에 부재하고 있는 작은 행복을 확인하고서야 늦은 밤 취한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세월이 적빈해 늘 가슴이 허허로웠던 광주나 전라도 사람들에게 덮쳐온 5월의 상처는 너무 깊고 깊었던 것이다.

그래도 광주사람들은 상처를 딛고 일어섰다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이기고 이제 광주는 민주의 성지,인권과 평화의 도시로 우뚝 서려는 것이다.

그런 광주에 우리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있었으면 싶다.

□나종영 (羅鍾榮)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고
1981년 창작과비평사 13인신작시집「우리들의그리움은」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음
시집으로 『끝끝내 너는』(창작과비평사),나는 상처를 사랑했네(실천문학사) 등이 있음
「시와 경제」,「 5월시」동인으로 활동
광주·전남 작가회의 고문,  [문학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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