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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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와 그림]-나종영
좌우앞뒤 현란한 영상의 시대라 그런지 한편의 시가 보내는 울림이 더 예사롭지 않다.  시민의소리는 이번 호부터 광주의 혼을 담아 쓴 이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를 연재한다.  압축파일과도 같은 운문 안에 드러난듯 숨은, 혹은 숨은 듯 드러나는 깊숙한 울림의 전언이 독자여러분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나종영

무등산은 송정리에서 광주로 들어가는 길목
자운영 흐드러진 극락강 장암 벌판에 서서 보아야 가장 눈부시다

무등산은 진달래 필 무렵 사직공원 전망대에서
뾰쪽한 조선대학교 하얀 건물을 지우고 봐야 가장 아름답다

무등산은 5?18 구묘역 김남주 시인 묘에 절을 하고 몇 걸음
걸어나와 출렁이는 이팝나무 잎사귀 사이로 봐야 가장 처절하다

어머니 젖무덤 같기도 하고, 떼주검이 켜켜이 쌓인 커다란
뫼똥 같기도 하고, 거대한 신목神木의 뿌리 같기도 한 무등산은
화정동이나 금남로에서 도청광장 쪽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만년설 같은 첫눈을 머리에 인 영봉靈峰을 바라볼 때 가장 장엄하 다

무등산은 한마디로 광주 어디에서 보든
전라도 땅 어디에서 보든 무등산은 우리네 무등산이고
무등산은 사시사철 언제나 무등답다.

   
 
▲ 김경주 作 [무등산]
 
[작가노트]
장성 갈재를 넘어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오면 가슴 저 깊은 바닥에서 치밀어오는 뜨거운 그 무엇이 있었다.

한 시대가 변혁을 꿈꾸던 시절, 언제나 영혼의 정수리에 박혀 있던 밑 모를 그 무엇, 그것은 이 땅이 보다 더 살기 좋은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기도 했다.

그런 갈망과 목마름의 배경에는 언제나 꿋꿋한 광주의 어머니였던 無等山이 있었다. 무등산 그 이름은 곧 우리들 영혼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나종영 (羅鍾榮)

1954년 광주출생
1981년 창작과비평사 13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으로 작품 활동 시작
1985년 시집 『끝끝내 너는』(창작과비평사),
2001년 시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실천문학사)
「시와 경제」,「 5월시」동인
광주·전남 작가회의 회장 역임, [문학들]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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