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FTA,광주
월드컵과 FTA,광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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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 충북대 교수
새벽의 지축을 흔드는 함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월드컵의 시절이다. 한라에서 휴전선까지, 아니 휴전선도 넘어서 백두산과 두만강까지 한반도는 지금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있다.

월드컵이 동반하는 민족주의와 상업주의가 모든 사고와 감정을 단일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고민도, 반목도, 경쟁도, 대립도 모조리 녹여 버린다. 그뿐 아니다. 레드컴플렉스를 일거에 해체해 버린 붉은 악마의 붉은 색 물결이 온 천하를 뒤덮었다.

이 장쾌한 광경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경기와는 관계없이 한국인들의 응원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에는 지역감정도, 지방선거도, 대립갈등도 개입하지 못한다. 좋은 일이다.

월드컵은 국가간의 대리전쟁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은유하는 지구촌의 행사다. 그런데 월드컵은 민족주의뿐만이 아니라 국가주의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한 국가의 주권(sovereignty)은 국민의 지지와 동의로 성립한다.

이 때 국민은 국민국가(nation state)의 국민이라는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동시에 책임도 부과된다. 법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 법을 바탕으로 주권이 성립하는데 이 국가주권은 때때로 정당한 전쟁을 도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에 미국이 아닌 이상 전쟁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안된 장치가 국가대항전이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 즉, 국가간의 전쟁을 은유하는 거대한 인류의 축제이다. 이것이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정작 문제는 사회현실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항거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광주에서는 '우리 민족 끼리'라는 남북공조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월드컵이 그 목소리들을 삼켜 버렸다.

이것을 조종하는 것은 자본으로써 자유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이 때의 자유는 자본의 자유를 말한다. 그리고 세계화라는 마력을 직접 작동시킨다. 세계화는 자본의 세계화로써 자본의 세계적 자유를 말한다.

그리고 자본의 세계제패를 뜻한다. 월드컵은 스포츠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적 상혼(商魂)이 도사리고 있으며, 전지구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두는 신자유주의의 마술적 지배력이 행사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세계화의 원리가 통용되지 않는 공간은 '우리 민족 끼리'라는 여섯 글자뿐이다. 이 영역은 오히려 세계화를 거부하고 민족중심의 새로운 삶의 틀을 지향하고 있다. 제각각 역사나 사회에 대한 관점이 다르므로 무엇이 옳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화를 인정하거나 저항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민족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와 민족문제를 좀더 깊이 숙고해야 하는 시간이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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