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의 광주
1976년의 광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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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밝아오니]김승환 충북대 교수
1976년 봄날, 광주공원에는 벚꽃이 화창하게 피었다. 마침 외출 나온 일등병 하나가 그 벚꽃에 취해서 광주천변을 걷고 걸었다. 금남로와 그 뒷골목을 서성이면서 문고판 책도 하나 사고 연극도 보고 했던 30여 년 전의 광주는 그에게 무척 좋은 도시였다. 그 일등병은 훗날 문학예술과 문화 전공 교수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가끔 광주의 꿈을 꾼다.

꼭 30년 전의 그날을 회상하는 내 상상은 좋은 도시 광주, 문화도시 광주라는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 좋은 광주가 이번에는 문화중심도시라는 기획을 세웠다. 타당한 기획이기에 국가가 그 실행을 약속했고 국회가 인정하여 마침내 법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暗礁)에 얹히고 말았다. 어렵게 입안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0월 28일, 여야의 157명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 법의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은 일등병 시절을 광주에서 보낸 나에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어찌된 셈인가? 각 지역은 자기 지역의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는 문화의 중심이 되겠다는 기획을 제출했고 문화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산업, 교육, 환경도 새롭게 설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것을 국가가 인정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는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서 엔진이자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이 민족의 문화 전체에도 좋다고 동의한 셈이다.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가 된다는 것은 다른 도시가 문화 비중심도시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광주의 문화중심도시 기획은 하나의 선도적 실천으로서 다른 도시나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기획은 광주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기획의 한 부분이다.

가령, 부산이 해양도시 기획을 입안한다고 해도 그것은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광주 문화중심도시 기획은 광주만을 위한 기획이 아니며 국가 전체와 민족을 위한 기획임을 서로 이해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광주의 벚꽃을 다시 보고 싶다. 그 벚꽃은 광주시민들이 피우는 문화예술의 벚꽃이다. 미래에 그 벚꽃을 즐길 사람들은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인들이다. 그 때 벚꽃인 광주시민도 행복할 것이고 그 벚꽃을 보고 아름다움에 취하는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들도 행복할 것이다. 일등병이 보았던 1976년의 아름다운 광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일등병의 꿈이 깨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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