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신 계승은 '지금 우리의 몫'--열린 마당에서 함께
5월 정신 계승은 '지금 우리의 몫'--열린 마당에서 함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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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음악극 '오월의 시-서막' 총연출 김아라씨/ 배우 관객 모두가 '산 자의 몫' 하자/ 진실 알지도 못하면서 '또 5.18이냐' / 지긋지긋한 사건 치부하는 이들 향해/ 죽은 자 원한 밝히는게 남은 자 할일/ 신묘역 씻김굿 계획 무산 아쉬움// 오는 18일 밤8시. 21년전 5월 그날이 부활된다. 5월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자리. 관람객도 배우와 하나되어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야외무대 공연으로 복합장르 음악극 '오월의 시-서막'(제작·축제극단 무천)이 상무지구 5·18기념공원에서 21일까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펼쳐진다. 여기서 '열린 공연'이란 5월 정신에 뜻을 함께 하는 관중이라면 누구든 현장 무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는다는 뜻이다. 대신 복장은 흰색 상의에 남자는 검정 바지, 여자는 검정 치마를 갖추어 달라고 제작팀은 주문한다. 총연출가 김아라씨(45·극단 무천 대표)는 14일 밤 현장에서 무대 설치작업을 지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한다'로 말문을 열었다. "그냥 공연으로 보시면 안됩니다. 5월 그날은 세간에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지긋지긋한 사건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원한을 사실대로 밝혀내는 것이 우리 산 자의 몫입니다." 광주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 공간에서 제한된 공연 형태를 벗어난 퍼포먼스로 묻혀진 역사적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사회·문화적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광주'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가 택한 장르 역시 복합적이듯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5월 광주'라는 의미도 매우 복합적인데 말이다. 그는 광주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광주를 떠나 광주에 대한 특별한 기억도 그에겐 없다. 그러나 뿌리라는 걸 무시 못하는가 보다고 화두를 뗀다. 80년 5월 당시 그는 미국 유학 중이었다. 미국에서 광주 사태의 진상을 접했다. 한국민으로서 이국 땅에서 접한 엄청난, 무서운 현실이었다. 그로부터 5년간 체류하면서 닥치는 대로 자료를 모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고국 땅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데 자연스레 그렇게 됐었다고 회고한다. 그게 조국이란 것인가. 그것도 고향 땅이었기에 그랬을까. 그러나 귀국하고 개인사에 바빠 모두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작년 20주년에 광주시로부터 임철우의 '봄날' 연극 연출 제의를 받았다. 순간 망설였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작업을 할 권리 있는가" 자문했다. "돌아보니 80년 당시가 생생하게 살아났고, 의기도 생겼다. 모든 사람이 다 나 같은 위치에 있다. 당시 현장에 없었기에 객관적 위치에 있다"는 생각으로 승낙했다. 실제로 현장에 있지 않았으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 그들이 "또 5·18이냐"며, 그저 지긋지긋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20년이 지났지만 그 디테일한 정신, 제대로 아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그는 당시 미국에서 접했던 생생한 현장 화면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가장 객관적 입장이라고 자부한다. 반면 당시 현장에 참여했던 시민 등 5·18에 연루된 사람들은 보다 주관적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역사란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진실을 전달하고 미래의 나침반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맡은 '봄날'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서울에서, 광주에서 모두. 그 공연을 끝내면서 "나도 모르게 당시 진실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실내 공연을 했으니 다음에는 야외무대를 열어 보자는데 생각이 미쳤다. 또 자신은 복합장르를 연출하고 있다. "5·18은 한국의 제의(祭儀)다. 5·18 신묘역에서 본격적인 '제의'를 치러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거대한 공연과 기리는 의식을 복합시켜 문화적 행위로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광주항쟁은 광주의 정신적 지주인데 지역 범주를 탈피 전국, 동아시아 더나아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광주 정신을 알리는 구심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광주시에 1년 전에 제안을 했다. '봄날'을 모티브로 한 야외무대 공연을. 1년여 준비해왔는데 최근 지난 21년 과거 역사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문화적 행위 계승 차원의 '설렘'이 '아쉬움'으로 바뀐 상황에 직면했다. 아니 그는 '의기소침'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선지 그의 무대 설치 몸놀림이 신나지 않아 보였다. 신묘역에서 제의 행사를 거부당한 것이다. 제의는 굿이다. 죽은 혼을 불러내어 제사지내는 행위로 간주, 5·18재단이 반대했다고 한다. 다른 단체도 아니고,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희생을 미래의 큰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입장에 있는 재단에서 이를 반대했다는데 힘이 빠지고, 야속하다는 것이다. 광주시로부터 받은 지원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그는 스탭진에게 "5.18이니까 포기해라. 우리 마음으로 해보자"고 다독였다. 그런데 불과 2주 전에 공연장소 불가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상무지구로 옮겨왔는데, 그가 야속한 사연은 또 있다. 이 공연에는 150명의 출연자가 필요하다. 100여명의 대학생 찬조출연을 약속 받았는데 열흘 전 동신대 학생 출연 불가 통보를 받았다. 13일 광주에 온 그는 지금 100여명 출연자 섭외도 고민이다. 자세한 내막 설명은 피했다. 그는 이를 '광주 정서'로 본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원혼을 달래는 씻김굿인데, 넋이 잠든 현장에서 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오해가 풀리면 내년 공연부터 신묘역에서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광주 시민이 많이 참여해서 내년 공연에는 시민 발런티어(volunteer)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수백명이라도 환영한다고 덧붙인다. "5·18은 광주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5월 정신의 세계화를 위해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갖는 광주에 대한 배려, 광주정신에 대한 의지. 광주라는 공간에 사는 사람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인 듯 싶다. 이번 열린 공연에 참여를 희망하는 이는 극단 무천(017-760-1436)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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