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광주의 정체성 확보와 친환경적 개념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랜드마크와 문화향유시설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추진기획단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기능을 교류+창조+연구+교육을 통한 아시아문화허브를 구현하는 것에 두고 있다. 또한 이 전당이 아시아문화역량을 강화하는 문화펌프이자 '아시아문화발전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문화라는 거시적 전망 뿐 아니라, 광주를 미래형문화경제도시로 만들기 위한 핵심동력을 구축한다는 현실적 목적도 가지고 있다.

여러 의견과 주장들을 종합하면 전당은, 문화발전소의 기능과 랜드마크의 기능, 문화향유의 공간기능과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서의 기능 등 네가지 기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추진기획단이 강조하고 있는 창조+연구+교육 등은 '문화발전소'라는 기능 속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결국 추진기획단은 '문화발전소'의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은 '문화발전소'가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아직은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문화발전소는 파급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러 층위로 확대되는 파급효과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발전소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전당의 내부를 한번 들여다볼까? 아시아문화교류센터, 아시아문화원, 아시아문화창조센터, 아시아아트플렉스, 어린이지식박물관 등이 전당의 주요 구성물들이다. 이러한 시설들이 모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와야 할 텐데, 아직 '파급효과에 대한 전망'은 나와 있지 않다.

사실상 이 파급효과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고상한 것이고 우리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 역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각 구성물들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들이 우리의 전체적인 삶에 보탬을 주거나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파급효과에 대한 가시적인 전망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발전소'라는 기능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국 개국을 기념하는 생방송토론회가 있었다. 어떤 분이 "전당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였다. 지나친 말처럼 들렸지만, 전당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파급효과가 신통치 못하다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부연하는 발언을 나는 하였다. 추진기획단은 시급히 파급효과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발전소의 기능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7,0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전당의 기능을 좀 더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전당은 멀티플렉스 즉 복합문화공간임을 강조하면서도 그 기능이나 효능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시장창출이 여의치 않고 파급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다른 기능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현재 어느 정도까지 의견수렴이 가능한 것인지 또 설계안 수정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제한적이나마 제시된 여러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설계안 공모에 관한 국제관행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대안을 함께 마련해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상윤 지역문화교류 호남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