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자정을 촉구한다
농협의 자정을 촉구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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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이병훈 노무사
사업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회사 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다닐 때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거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보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경우도 듣게 된다.

일상화된 법인카드 '카드깡'

최근 단위농협 운영과 관련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법인 카드를 이용해 카드깡을 하는 사례가 있다. 현재 농협은 공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도록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임원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법인카드의 경우 사용처가 공개되므로 사용처에 알맞게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고 법인카드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도 임원들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물건을 구입한 것인양 결재를 하고 이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받는 소위 카드깡을 수차례에 걸쳐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곡성의 모 농협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수년간 법인카드를 이용해 카드깡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은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관리자가 시켜서 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해남 모 농협의 경우 수개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카드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뿐만 아니라 하나로마트보다 적은 물품을 파는 가게에서 수십만원의 결재를 한 것은 누가 보아도 카드깡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흥업소에서 단 1분 간격으로 수십만원을 결재한 것은 카드깡이거나 적절하지 못한 지출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지역 파출소장이나 군의원이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공짜로 주유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 비리가 어디까지인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농협중앙회, 검찰의 '눈감기'

지난해에도 모 단위농협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카드깡을 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검찰의 솜방망이와 같은 처벌이 문제다. 화순의 모 농협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원의 유류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법인카드의 결재 내역을 보면 한번에 10여만원을 결재한 적도 있고 하루에 두 번을 결재한 적도 있다. 기름값이 오르기 전이니 수 톤의 화물차가 아닌 이상 10여만원의 기름을 주유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고 아무리 차만 타고 다녀도 하루에 두 번씩 주유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상식이다. 부적절하게 카드를 사용하였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검찰은 무혐의처분을 했다. 지난해 카드깡을 한 농협의 조합장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선거에서 조합장에 당선되었다. 그 이유는 걸리면 변제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변제하면 법원이 정상참작하여 형을 벌금형으로 낮추어준다는 것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매년 감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인카드 사용처와 첨부된 영수증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나 법인 카드 사용처 따로 각 항목별 사용처 따로 보니 카드깡을 적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하여 형식적인 감사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모 농협의 감사는 여러 가지 자료를 제출받고서야 이를 밝혀냈다고 한다. 농협이 제공하는 자료만 가지고는 감사 스스로 이를 밝혀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이야기는 불법적으로 사용한 돈을 조합원들을 위하여 사용하면 대출이자 1%를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FTA로 날로 어려워지는 농촌 경제를 보면서 농협의 현실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이병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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