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자유정신
백남준의 자유정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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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 김경주 경담문화재보존연구소 이사
하루는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모처럼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여, 나도 어쩔 수 없는 요즘 사람이겠거니 하며 흘끔 책들을 보고는 다시금 놀랐다. 큰아이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는데 벌써 중2학년의 교과과정의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애를 닦달했길래 벌써 저렇게 공부만 하고 있느냐, 저렇게 하면 제대로 따라가기나 하냐는 등 집사람을 다그쳤다.

그런데 한편으로 더 놀라운 대답이,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이다. 큰아이의 친구 누구도 그렇고, 사촌 누구도 벌써 그 과정을 마쳤고, 다들 그렇기 때문에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띵! 그럼 뭐야 다들 1~2학년을 먼저 사는 셈이잖아? 영민하시고 배움도 많으신 교육학자님들이 어련히 교육과정을 아이에 맞게 알아서 정해 주셨을 터인데 그럼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 싶었다.

우리아이만 그렇다 한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다 하니,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닌 것 같고 아직 용량은 중학교 1년 과정인데 거기에 더 담아내려면 아이가 얼마나 머리 아플까 안쓰럽기도 하다.

결국 교육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다 하는 것을 빠뜨림 없이 해내고, 모든 과정을 훌륭히 이수하여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교육과정일 뿐이다. 이러한 수행과 과정의 바탕 하에서, 창조적이고 새로운 영역을 향한 밑거름이 되게 하는 것이 요즘의 교육의 사명일 것이다.

설날을 즈음하여 백남준 선생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전 세계 아방가르드의 최첨단에 섰던 그를 우리는 아무 느낌 없이 보내고 있다. 그가 가진 시대정신은 자유와 탈권위로 대별되는데 결국 앞서가는 창조적인 정신 속에서 이루어 졌을 것이다. 그의 현재하는 시대정신은 아이들 가르침의 큰 방향으로서 하나의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 뜬금없이 그의 타계소식을 꺼내든 것이다.

교육한다고 하는 것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특징지우는 요건이다.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상대보다 더 나아가고, 상대보다 더 우월해지고, 힘 있고, 전통적 가치위에서만 자유로울 뿐인 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청계천이 되었든 63빌딩이 되었든, 그것이 전부 서울을 알리는 것은 아닐 것이고, 에펠탑이 되었든 개선문이 되었든 그것이 전부 다 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서는 사람들의 체온과, 웃음과, 울음과, 시대정신, 등등등이 서울이며, 파리이다. 그것들을 담아낼 그릇은 그곳 사람들의 노력에 의한다. 문화의 전당이 땅속에 들어가건, 땅위로 올라오건, 의미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건 거기에 무엇을 담을까 이다. 설령 그 어떤 것이 광주를, 서울을, 파리를 대변한다고 하자, 그 이외의 생각과 양식은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백남준이 1960년 한 퍼포먼스에서 객석에 있던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싹둑 잘라냈던 것처럼, 제도적 권위와, 힘, 규정, 속박을 한순간에 잘라버릴 용기 있는 사람들을 기대해 본다. 나눔으로 정을 일구고, 정의로 강물을 이루게 하고, 천 억짜리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헤아리지 않고, 구걸하다시피 한 백남준의 예술혼, 창조정신이 가득담긴 그런 우리의 미래의 아이들 제2의 제3의 무유등등한 백남준을 기대해 본다.

/김경주 경담문화재보존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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