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단상 셋
새해 단상 셋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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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조충남 CBS광주방송 PD
종교와 정치의 ‘동상이몽’ 여전

2006년이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신년 하례회가 이어졌다. 새로운 한해를 함께 잘 살아가자는 자신과의 다짐이자 이웃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의 자리여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청에서 열린 신년 하례회는 2006년이 지방자치 선거를 치르는 해란 것을 다시 한번 각인 시켜주기에 충분한 행사였고, 신년하례회란 이름을 빌린 종교행사가 무색할 정도로 지능적으로 정치화된 행사였다. 이름은 신년하례회인데, 정치적 메시지가 넘나드는 종교인들의 발언과 전체 흐름 속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많은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발언들에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도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구습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안타까이 여기는 표정들이 바로 그러하리라.

정치인과 종교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특히 정치인과 종교의 동상이몽이 심화되리라 싶다. 정치인은 종교를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테고, 종교 입장에서는 유력한 정치인을 자신의 신앙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가 교훈하듯이 전제 군주 시대에도 종교와 권력은 영원한 밀애를 꿈꿀 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과 5, 6공 시절 나라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군부 독재자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던 사람들의 반성은 지금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렵고,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인해 이 땅에서 신의 자리는 더욱 더 발 디딜 곳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 헌법 20조 2항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종교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마찬가지로 정치도 특정 종교의 선전과 포섭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유력한 정치인들이 종교를 활용하려 할 것이고, 현재 그런 현상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높은 충성도와 응집력을 보여준 한국의 종교계가, 이제는 권력의 편에서보다는 낮은 자, 힘없는 자의 편에서 항상 숨쉬고 호흡해야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과 함께 낮아지고 희생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의 사랑과 봉사가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새 얼굴을 찾기 어려운 시민단체

지역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긴장과 견제를 유지해야 하는 집단을 꼽으라면 시민사회 단체와 언론 그리고 의회가 아닐까 싶다. 해가 바뀌면서 이런 저런 단체마다 새로운 임원과 대표를 뽑고 새 출발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맘때면 항상 교차하는 것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아쉬움과 자리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이다. 정치인들에게만 새로운 인물을 요구 할 것이 아니라, 실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인물과 능력 있는 사람들의 충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경험했고(올해도 비슷한 것 같지만) 또 감당해야 할 일이 바로 인물난이다. 힘 있게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이끌 새로운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적당히 자리안주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리 내놓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1, 2년으로 안되는 일도 있고 경험과 연륜을 통해 조직을 잘 추스려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모 포럼의 출범 준비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직위와 이름을 높은 자리에 올리려고 애쓰는 몇몇 인사들을 보면서 아직도 이름과 제 자리 찾기에만 여념 없는 지역사회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묵묵히 시간과 정열과 인생을 바쳐 지역사회 시민운동에 헌신한 많은 선배와 어른들의 고귀한 뜻이 오늘날 퇴색될까 두렵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자리나 명예에의 탐심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아시아 문화전당 설계 변경 논란과 과거 문예진흥위원 선정 논란을 둘러싼 예술단체의 잡음, 그리고 앞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될 여타의 문화도시 관련 논란에 숨겨진 돈과 권력이 뒤엉킨 깨끗하지 못한 탐심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지역언론, 객관 가장한 주관 난립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고 하고, 감시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진부한 지적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건, 그런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와 정치권력을 끊임없이 감시, 견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좋은 의제를 시민의 입장에서 항상 제시해야 할 지역 언론의 역할은 지역사회의 내, 외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유난히 많은 지역 언론이 그 많은 숫자만큼 제각각 색깔을 내고, 제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 지역사회에도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벌써부터 일고 있는 일부 언론의 줄서기와 편들기 보도는 이런 기대를 순진한 상상으로 만들고 있다.

부쩍 늘고 있는 여론조사는 민심의 향배를 예측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라는 생물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정치인이나 지역민 모두에게 흥미 있는 소재이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가 특정 언론의 시각이나, 의도가 혼재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정치인들의 행보나 발언들이 확대되거나, 무시되고 왜곡되기도 한다. 객관을 가장한 주관이 모든 언론에 존재하듯이 판단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주어진 몫일 것 같다. 내놓고 당파성을 주장할 수 없는 제도적 여건아래서 은폐된 주장들을 잘 가려내는 것이 쉽지 않은 터에 시민사회의 면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은 지역 언론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쉼없는 시민사회의 감시와 충고가 필요하다.

새해 권력과 자본, 정당성을 놓고 각 집단이 벌이는 관계의 망 속에서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지역 사회의 제 부문이 적절한 긴장감과 견제를 계속하는 방법이 아닐까?

/조충남 CBS광주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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