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단상 - 도선국사와 국가균형발전
새해 단상 - 도선국사와 국가균형발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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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김상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장
병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앞일을 구상하기 전에 잠깐 뒤를 돌아볼까요?
참여정부 출범 이래 혁신적 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충청도에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고 무려 130개가 넘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업 등은 괄목할만한 내용들입니다.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기능들을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하여 국가의 틀을 바로잡는 것은 지역의 발전은 물론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봐야...' 체념에 익숙한 우리

여기서 운주사 창건설화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도선국사가 백두산에 올라 우리나라를 바라보니 태평양을 향해 나아가는 외로운 조각배 하나로 보이더랍니다. 그런데 동쪽은 산이 많고 서쪽은 평야가 많아 배가 뒤뚱거리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더랍니다. 마침 화순에 운주곡(運舟谷) 곧 배를 저어가는 골짜기가 있어 거기에 천불천탑(千佛千塔)을 세워 균형을 잡았다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국가균형발전전략은 단순히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충청도의 행정복합도시 건설이나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의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대역사이며, 더불어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지방 이전 역시 국가균형발전의 큰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구상이 지역민의 기대와는 많은 거리가 있다는 평이고, J-프로젝트나 S-프로젝트 역시 아직은 구체적인 규모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서 40년 넘는 호남의 소외극복은 물론 국가의 장래를 위한 균형발전의 틀에는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 ‘L자형 산업벨트’ 건설이라는 정책이 있었답니다. 낙후된 ‘서남해안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시도로 만들어진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L자형 산업벨트라는 정책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소리없이 증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정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이 계속 물거품이 되어 왔었다는 역사적 경험이 우리를 우울한 불신의 늪으로 빠뜨립니다.

지역민 의견 모으고 연대 강화해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 확대, 진행될 수 있는지, J-프로젝트나 S-프로젝트라는 것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지, 이런 불안감들이 계속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지역민들과 함께 몸부림쳐본 경험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조직적 틀을 만들어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해봐야 항상 안 되더라’는 체념에 우리는 더 익숙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는 소모적인 논쟁이나 싸움보다는, 큰 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모으고 힘을 모으고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가일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러한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김상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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