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이는 부쩍 커버렸다
어느새 아이는 부쩍 커버렸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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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에 함께 본다/ 부쩍 마음이 커버린 아이의 꽉 여문 글 두편…// 어린이는 한 가정의 희망이다. 더불어 미래 사회의 주역이다. 보편화된 핵가족 구조에서 하나나 둘이 고작인 아이들을 키우는 현실 속에서 자녀교육 풍속도는 다양하다.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사회현실을 반영하듯 유치원 때부터 각종 학원에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아이들이 있다. 과잉 사랑에 물질적인 풍요, 남과 비교해 감정 하나 다치지 않게 애지중지 내아이 우선 으로 키우려는 요즈음 젊은 엄마들 속에서 나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함께 뛰어 놀고 어울리는 나눔의 미학이 점점 엷어져 가고 있음을 자주 발견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가난과 시련 속에서 알이 꽉 여문 열매처럼 부쩍 마음이 커버린 아이를 보았다. 엄마가 좌판에서 팔고 남은 단감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해죽이 웃으며 건네던 어린 소년이 열세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는 고생하시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부쩍 철이 들어 있었다. 김태엽 어린이(광주방림초등학교 6학년)의 초롱한 눈망울과 따뜻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글 두 편을 함께 읽어본다. ■엄마는… 엄마는 가게를 가신다. 나는 언제나 혼자 집을 지킨다. 아침에 맨날 밥을 거르고 가 학교에선 배가 밥시계를 울린다. 나는 배꼽 단추를 눌러 밥시계를 끈다. 엄마는 맨날 밥 거르지 말라고 하시는데 늦잠을 자서 항상 밥을 거른다. 급식을 할 때는 밥시계를 켜논다. 밥시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큰소리로 꼬르륵 꼬르륵 한다. 밥을 먹으면 배는 시계를 잠시동안 켜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항상 힘들어 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지금도 장사가 안되면 피곤해서 주무시고 손님이 들어오시면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설거지를 하신다. 언제나 그런 생활을 하시는 걸 일요일에는 꼭 본다. 지금도 힘들어하시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아른 거린다. 이번 어린이날에 내가 게임기를 사달라고 졸라서 엄마는 그날 기분이 영 안좋으셨다. 엄마도 '돈만 많이 벌면 우리 태엽이 게임기쯤이야 그냥 사줄텐데...' 하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난 어버이날 땐 내 마음이 담긴 뜨거운 편지와 비밀선물을 드릴 거다. 엄마가 그걸 받고 기뻐하실 모습이 정말 기쁘게만 느껴진다. ■철부지 친구들에게… 너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해서 얼마나 힘들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시는지 아니? 모르면 알아가려고 이제부터 노력하면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하시고 너를 위해, 너 하나만을 위해 살아가신다는 것을 알거야. 나도 철이 안 들었을 때는 그랬어. 그런데 딱 하루만에 모든 것을 알았어. 엄마와 아빠께서 싸우실 때 엄마가 울면서 엄마께서 결혼하실 때부터 지금까지 괴로웠던 일을 다 말씀하셨어. 난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어. 너도 할 수 있어. 엄마의 마음만 잘 보면 그 속엔 엄마께서 살아오신 것 중 힘들어했던 점을 알걸. 이제부터 시작해. 태엽이의 꿈은 작가다. 주위를 따뜻하게 보는 눈빛과 어려움과 아픔도 참을 줄 아는 튼튼한 마음으로 태엽이는 글을 쓰는 것 같다. 슬픔은 반으로 나누고 기쁨은 두배로 함께 하는 가정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열심히 쓰겠다는 태엽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가 숙여졌다. /정경미기자는 학창시절 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방림동 어울림공 부방에서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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