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타고 지방선거 가나
혁신도시 타고 지방선거 가나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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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혁신도시 입지선정이 마무리되는 지난 17일, 최종회의가 열리는 광주전남발전연구원 회의실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난 6월 23일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한 뒤 근 5개월여 동안의 입지선정 공방이 이 날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회의가 시작되는 오후 3시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노란 어깨띠를 두르고 회의장 입구에 진을 쳤다. ‘한전광주유치범시민대책위(가칭)’라고 밝힌 이들은 기다란 프랑카드를 내걸고 ‘한전을 광주에 유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회의장의 긴장감을 더하게 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순수하고 자발적인 의도에 의해 모인 사람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인솔자가 빨리빨리 줄을 서라고 손짓을 하고 한쪽에서는 쭈뼛쭈볏 어깨띠를 두를까 말까 망설이는 40~50대의 아주머니들을 보고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들 중 몇몇 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또는 시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사람들”이라고 귀띔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1층 로비로 내려와서 봤더니 모 정당의 현역 시의원들을 비롯해 정당 관계자들이 이들과 함께 온 듯, 회의장에는 차마 올라오지 못하고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장소를 옮겨 오후 4시 북구청 상황실. 김재균 북구청장이 입지 선정 몇 시간을 남겨 놓고 “이전 대상지에 광주가 빠진 것은 원천 무효”라며 “주민투표를 다시 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청장은 “제가 나타나는 행사장마다 봉고차를 타고 나타난 건장한 청년들이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신문 기사를 복사해 수백장씩 뿌리고 다니는데 이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유인물을 뿌리는 사람들과 회의장에 나타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인지 정치권과 연계된 사람들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들의 주장과 행동에는 이해가 얽힌 이들이 연관돼 있을 거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혁신도시 공방이 자연스러운 마찰이 아닌 정략적인 싸움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선정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가 있었다면 차후라도 밝히고 사과해 앙금으로 남겨 두지 말아야 할 것이며, 누구 한 사람, 어떤 단체의 치적이 될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인데도 이를 내세워 선거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로 인한 모든 후과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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