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수업 정당하다
전교조 수업 정당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1.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대한민국]기은조(자유기고가)
▲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리는 APEC2005 엠블럼 ⓒAPEC2005 2002년, 대한민국은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그 해 겨울, 여중생 살인 미군 무죄판결에 분노한 촛불들은 광화문에 모여들었고, 다음 해 탄핵무효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이어갔다. 거리정치는, 대한민국이 이미 새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스스로도 놀랐던 우리의 힘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서점가에서는 분석글이 쏟아져 나왔으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감성, 인터넷 공간 활용 등 젊은 세대 특징규정이 진행되었다. 눈길을 끈 것은, 그들의 ‘자신감’ 편. ‘자신감’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물음에, 87년 6월 항쟁이라는 답이다. 젊은 세대는, 6월 항쟁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태생으로 알고, 이후 활발해진 각종 분야의 운동과 함께 커나간 사회민주화의 분위기 속에서 자란 세대라는 주장이다. 나 역시, 그 분석에 동의한다. 특히 청소년, 혹은 대학생에게 누구보다 ‘전교조’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제시해주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 전교조의 등장은, 정말이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장 자체였으니 말이다. 바로 가까이에서도, 전교조 선생님 아래에서 커 나간 친구들이 누구보다 열린 사고로 사회를 접하는 모습은, 이를 보여주는 산 증거이기도 하다. ▲ 부산에서 열릴 아펙회의를 앞두고 전교조가 공동수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조선일보는 지면을 통해 공동수업내용에 대해 흠집내는 기사를 실었으나 공동수업내용을 실제 들여다보면 조선일보의 주장이 매우 확대왜곡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진은 조선일보 11월 3일자.
최근, 한나라당은 전교조의 APEC 교육과 관련해서 '의식화' 교육,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행위’ 등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전교조의 반박글과 교육자료를 읽어 보면 뭐가 이리 큰 문제인가 싶다. 학생들에게는 APEC 지지 의견과 반대 의견이 똑같이 1장씩 제작되어있을 뿐이고, 동영상에서 문제가 된 비속어는 이미 삭제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의 엄청난 비약에 놀랄 뿐이다.

전교조의 APEC 바로알기 수업은 참 반가운 수업이다. 언론에서는 APEC의 성공개최에 대해 누누이 강조하고, 부산시민들은 APEC이 부산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부산도시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 1989년 창립 때부터 "색깔"공세를 퍼부었던 조선일보 등 극우보수매체들은 아펙 회의를 계기로 또다시 "빨간색 덧칠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 투쟁이 이어지는 동안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냐"라거나 "친북좌경 교사"라고 비방하던 조선일보가 최근 전교조의 그 "창립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고 있다. 조선일보 11월 4일자.
APEC이 전 세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자유무역체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속에서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사람. 이라크 침략전쟁을 승인하고 옹호하였던 것도,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반대한 것도, 강대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여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는 협력을 약속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APEC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앞장서서 말해주는 사람이 누구일까.

매일 접하는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그 역할을 해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들 말처럼,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이 지금 이 순간 싹틔워 나가고 있으니.

아, 그래서 정말 이런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부럽다. 경쟁이 대세이고,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부끄러운 논리가 아닌, 사회가 옳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라 되묻는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참 부럽다.

/기은조 자유기고가 1believ@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