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봉 청장의 오만함
황일봉 청장의 오만함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10.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닷컴] 이정우 기자
   
▲ 남도일보 10월 26일자 황일봉 남구청장 기고글 ⓒ남도일보PDF
“정율성 선생의 출생지와 생가가 남구 양림동에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일 것이라고 우리 남구는 확신한다”
중국 인민해방군가의 작곡자 정율성 선생의 생가 논란과 관련, 황일봉 남구청장이[남도일보]10월26일자에 기고한 글 한토막이다.

황 청장이 제시한 ‘확신’의 근거는 △정율성 선생의 모친과 부인 정설송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의 증언 △중국당국과 그 유족들에 의해 소상히 정리된 정율성 선생의 삶의 자취에 대한 기록 등이다.

황 청장의 ‘확신’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순 능주 출생설을 제기한 측(유순남 남구 의원과 김성인 전 화순 군의원)의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들이 추적한 자료는 △일제시대 당시의 수기, 전산 등 호적 3건 △능주초등학교 학적부 기록 △광주시가 밝힌, 1918년 당시 조선총독부 지형도에 남구청이 주장한 현 정율성 생가는 숲이었다는 사실 등이다.

능주 출생설이 틀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출생지 논란’을 대하는 황 청장의 자세다. 그는 능주출생설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된 여러 문서들에 대해 “일제시대라는 혼란기에 정리되어 명확하지도 않은 공부”라고 간단히 무시해버린다. 옳지 않다.
재해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모든 문서를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황 청장의 입장을 따른다면 우리가 아는 ‘역사’는 성립할 수 없다. 황 청장의 주장을 다른 사례로 연결시킨다면, 예컨대 전쟁의 포화 속에 쓰여진 ‘난중일기’를 믿어서는 안되며, 당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작했을 수도 있는 ‘조선왕조실록’ 또한 사료로서 가치를 두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또한 황 청장은 “일제시대에는 호적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는 데 능주출생설을 뒷받침하는 서류는 호적부뿐만이 아니라, 학적부도 있고, 조선총독부 지형도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다른 모든 자료들은 믿을 수 없고 오직 ‘증언’만이 확실하다는 태도다. 문제는 더 있다.

기고글에서 황 청장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정율성음악제에 찬물을 끼얹는다 / 불명확한 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 / 정일성 선생의 출생지를 따지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 역사적 인물을 문화자원화하는 것을 방해한다 / 그분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능주출생설을 제기한 측에 대해 실증과 논리로 대응하지 않고, 마치 나쁜 의도가 있는 양 몰아붙이고 있다.

황 청장의 주장을 종합하면, 자신의 자료는 맞고 다른 사람의 자료는 틀리며, 자신의 노력만이 진심이고, 남의 노력은 사심이라는 것이다. 매우 오만하다. 출생지가 어디냐, 라는 논란을 떠나 황 청장의 이 같은 태도가 과연 옳은지, 이 문제부터 먼저 따져야 할 것 같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