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 이정우 기자
▲ 남도일보 10월 26일자 황일봉 남구청장 기고글 ⓒ남도일보PDF | ||
중국 인민해방군가의 작곡자 정율성 선생의 생가 논란과 관련, 황일봉 남구청장이[남도일보]10월26일자에 기고한 글 한토막이다.
황 청장이 제시한 ‘확신’의 근거는 △정율성 선생의 모친과 부인 정설송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의 증언 △중국당국과 그 유족들에 의해 소상히 정리된 정율성 선생의 삶의 자취에 대한 기록 등이다.
황 청장의 ‘확신’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순 능주 출생설을 제기한 측(유순남 남구 의원과 김성인 전 화순 군의원)의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들이 추적한 자료는 △일제시대 당시의 수기, 전산 등 호적 3건 △능주초등학교 학적부 기록 △광주시가 밝힌, 1918년 당시 조선총독부 지형도에 남구청이 주장한 현 정율성 생가는 숲이었다는 사실 등이다.
능주 출생설이 틀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출생지 논란’을 대하는 황 청장의 자세다. 그는 능주출생설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된 여러 문서들에 대해 “일제시대라는 혼란기에 정리되어 명확하지도 않은 공부”라고 간단히 무시해버린다. 옳지 않다.
재해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모든 문서를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황 청장의 입장을 따른다면 우리가 아는 ‘역사’는 성립할 수 없다. 황 청장의 주장을 다른 사례로 연결시킨다면, 예컨대 전쟁의 포화 속에 쓰여진 ‘난중일기’를 믿어서는 안되며, 당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작했을 수도 있는 ‘조선왕조실록’ 또한 사료로서 가치를 두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또한 황 청장은 “일제시대에는 호적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는 데 능주출생설을 뒷받침하는 서류는 호적부뿐만이 아니라, 학적부도 있고, 조선총독부 지형도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다른 모든 자료들은 믿을 수 없고 오직 ‘증언’만이 확실하다는 태도다. 문제는 더 있다.
기고글에서 황 청장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정율성음악제에 찬물을 끼얹는다 / 불명확한 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 / 정일성 선생의 출생지를 따지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 역사적 인물을 문화자원화하는 것을 방해한다 / 그분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능주출생설을 제기한 측에 대해 실증과 논리로 대응하지 않고, 마치 나쁜 의도가 있는 양 몰아붙이고 있다.
황 청장의 주장을 종합하면, 자신의 자료는 맞고 다른 사람의 자료는 틀리며, 자신의 노력만이 진심이고, 남의 노력은 사심이라는 것이다. 매우 오만하다. 출생지가 어디냐, 라는 논란을 떠나 황 청장의 이 같은 태도가 과연 옳은지, 이 문제부터 먼저 따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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