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에 대한 斷想
10·26 재선거에 대한 斷想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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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오늘] 홍광석 소설가, 장성생활정보고등학교 교사
지난 26일 전국 4곳에서 치러진 재선거의 결과는 많은 국민들이 예견했던 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결과를 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과 정부 여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주장도 없지 않지만 아무튼 나타난 결과를 보면 선뜻 ‘축하’라는 말이 나오기 보다는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되나 하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이제 2년 남짓, 재선 후유증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무능한 정부는 위축되고 여당은 내분으로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더욱 의기양양해져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레임 덕 현상과 함께 공무원의 줄서기는 가속화될 것이 뻔히 보이고, 정치권은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전망이며, 재벌들은 돈을 싸들고 줄대기에 바쁘리라는 점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개혁입법 자체가 물 건너가리라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게 될 것이고, 70%이상의 국민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립학교법은 창고에 처박히고 말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려는 또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물론 모든 정치인들에게 경제를 살릴 힘도 없는 시장 바닥의 서민들과 악수나 하고 돌아다니는 일이 유행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릴 것이고, 농민들의 분노에 찬 아우성은 짜잔하고 못난 사람들의 넋두리로 치부할 것이며,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의 의해 감옥으로 보내자고 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힘없는 국민들이 제 값을 못 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부자들의 세상이 될 지라도, 그 꼴을 본 못 배운 놈이 큰 소리 치다가 매타작을 당하기 십상일지라도, 줄서기에서 둔한 국민이 언제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지라도, 교사들에 대한 평가에 이어 공무원 사회도 철밥통이라는 지탄과 함께 요령에 밝아 줄을 잘 잡은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휘젓는 풍토가 하나의 관행이 될지라도 정치인들은 항상 사회적 강자들의 편에서 약자의 고통을 외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그늘에 남은 사회적 약자들은 자식과 함께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언론은 그런 뉴스를 취급도 않을 것이고 국민들마저 죽음의 불감증에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은 또 허망한 이론이나 들먹이며 처방 없는 원인 규명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다가 탓해야 할 사람에게 칼을 들이 댈 수 없는 비겁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포장하고 대학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밥그릇 챙기는 싸움터로 돌아갈 것이다. 만약 국민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대통령이 그나마 남은 임기를 팽개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민족끼리 앞사람의 얼굴에 묻은 티끌을 두고 시비하는 동안 대외적으로 일본에서는 야스쿠니 신사를 국가의 성지로 만들고, 북한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고구려 옛 영토임을 들어 평양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가야할 길이 급하고 풀어야할 문제가 너무 많다. 제발 정부와 여당은 깊이 반성하되 빨리 중심을 잡고, 야당은 겸손하게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자세가 되어 국민들의 쓸 데 없는 기우를 불식시켜 주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바른 길을 찾는데 주력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제 선량한 국민들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새로운 심판을 준비해야 할 시기임을 알자.

/홍광석 소설가, 장성생활정보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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