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 난무하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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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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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정욱진(호대신문사 편집국장)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5일, 영화 ‘종려나무숲’이 개봉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름만에 종영을 하고 말았다. 이 영화가 본의 아니게 종영을 하게 된 연유는 이 영화와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하나같이 모두 대작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나열해보면 가문의 영광Ⅱ, 형사, 외출 등으로 제작사는 물론이거니와 출연배우들 모두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제일의 수준을 자랑한다.

필자는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위에서 언급한 영화를 모두 관람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성으로만 따져서 영화 관람 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았을 때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영화였다. 아니 종려나무숲이라는 영화에 매료되어 유일하게 홈페이지를 두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형 영화들의 등을 넘지 못했다.

올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폐막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나같이 좋은 관람평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수가 38개관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나머지 세 영화는 우리나라 1천 2백여 개의 스크린 중 3백여 씩 확보하여 전체 스크린수의 85%를 점유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홈페이지에서는 개봉 전후 제작진에게 ‘너무 보고 싶은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개봉을 안 해서 주변 큰 도시에서 보고 왔어요’, ‘재개봉해주세요!’ 등의 푸념을 건넨다.

물론 홍보가 미흡했던 영화사의 안일한 대처를 탓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정적인 까닭은 위 영화의 한 제작진이 한 인터넷 공간에 “돈을 쫒는 배급사와 극장들의 희생자가 된 것 같습니다. 어느새 중심이 된 스타마케팅과 상업 영화로 인해 돈만을 벌겠다는 극장들과 배급사와 우린 협상 할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라고 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반드시 영화자체만으로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가 스크린에 선보이기 앞서 힘을 내세운 기선제압은 불가피한 절차인 것일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스크린 쿼터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의 크고 작은 영화가 시장을 점유하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단 3개의 영화가 85%를 점유하는 경우는 철저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덧붙여, 몇 일전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와 중국 교환학생과 차례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람들 차별이 너무 심해요. 돈만 좋아해요”, “한국 학생들 사치가 심해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여타 민족들에게 ‘부지런하고 인심 좋은 나라’라는 말을 들어 왔다.

하지만 걱정이다. 우리나라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사람들에게 소문이 퍼져나갈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영화시장을 빗대어 국내시장의 그릇된 생존방식을 설명해 보았다. 비단 영화시장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지식이 적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 같은 경우가 난무할 것이다.

크고 많은 것이 분명 좋은 것은 아닐진대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부터 그리고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 못 끼우기 시작한 것일까. '정정당당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정욱진 호대신문사 편집국장 fighting_u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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