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주, 그리고 전라도
광주와 전주, 그리고 전라도
  • 김하림
  • 승인 2005.10.0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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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오늘]김하림 조선대 교수
얼마 전에 전주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화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와 통화한지도 거의 2년 만이나 됨직하니, 만난 기간은 더 떨어졌을 법하다. 전화의 내용은 내년 문광부 예산이 ‘광주’에만 집중되다보니, 전주로 배정된 예산은 두 자리 수에 해당하는(‘억’을 기본단위로 할 때) 상황이 도래할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여러 측면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 후 다시 전화가 와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으니 좀 읽어보라고 하였다. 아래에 옮기는 내용은 그 글의 상당 부분이다.

“유전자속에 오랜 세월 축적된 미의식이 전라도는 다르다. DNA에 안겨있는 ‘문화적 감각’이 전라도는 뭔가 다르다. 이 남다른 문화적 감수성과 미의식, 그리고 ‘상상력의 힘’이 ‘전라도의 힘’이다. 전라북도로 좁혀보자. ‘이야기’의 고장이요 사상(思想)의 고장이다. 춘향전 흥부전 콩쥐 팥쥐에, 동학이 있고 증산이 있으니 도처에 콘텐츠의 밭(田)이 널려있는 가히 노천광맥과 같은 곳이다.

…부산이 영상문화중심도시이기 때문에 영상산업과 관련한 인프라는 부산으로 집적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다. 한전이 이전되는 지역만 전기불이 들어오고 도로공사 가는 지역만 길 닦는다는 말인가?

…전북은 영상산업을 육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주장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총소득의 15%가 감소하는 농도 전북이야말로 미래형 신산업이 없으면 낙후를 면할 수 없다. 한국 영화의 43%를 전북에서 찍고 있고, 영상산업은 전후방 고용창출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전주 전통문화 중심도시 추진전략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은 상호보완적이다. 예를 들어 650억 규모의 ‘무형문화의 전당’ 설립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아카이브일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이 통과되고 광주에 2조8천억의 국가재정이 집중투입 되면 전주는 광주의 문화적 변방이 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광주는 ‘블랙홀’이 되어 전주의 문화적 자산을 송두리째 빨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이 하는 전북의 현실이 필자는 안타깝다.

…이태리에는 피렌체가 있고 피사라는 도시가 있다. 메디치가의 거대한 재력으로 르네상스를 일구었던 피렌체는 오늘도 문화/관광/영상 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있지만, 이웃 피사는 사탑으로 먹고사는 낙후된 도시다.…전주는, 전북은, 자금 피사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투지와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블랙홀 광주와 피렌체 전주,〉이두엽(www.munhwa.com)"

광주문화중심도시는 차별과 배제의 세월을 감내해온 ‘광주’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남과 전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세월 낙후된 곳은 ‘광주’만이 아니라, 전라도였고, 그의 핵심적 상징으로서 ‘광주’라는 도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문화중심도시이기 때문에 전남이나 전주가 그 시야에서 사라져서는, 결국 ‘광주’도 쭈그러들고 말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전북이 ‘행정수도’ 충남과 더 가깝게 가버린다면, 전라도는 전북과 광주전남으로 분리될 것이고, 이 경우 ‘전라도’가 가졌던 정치적 파워와 이에 따른 전국적 구도에 미친 영향력도 급격히 감소해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광주’프로젝트는 그 규모나 위상이 훨씬 저하되고, 그런 상황이 되어도 어떤 파급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80년 광주가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것 중의 하나가 ‘고립된 섬’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극복하고자 외쳤던 것이 5월의 ‘전국화’라는 구호였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과연 그러한가 하는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기에 ‘내 탓’은 없었는가도 성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광주문화중심도시’도 진정으로 ‘중심’이 되고자 한다면, ‘주변’을 함께 고려하고 함께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의 광주문화중심도시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요소가 반영되거나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이를 시급히 반영하고 수정해야만, 광주도 살고, 전주도 살고, 전라도가 살아난다. 바로 이웃 형제로부터 ‘서울’에나 해당되는 단어인 ‘블랙홀’이라는 말을 들어야 되겠는가.

/김하림 조선대 교수, 광주전남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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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 2005-11-04 03:43:01
전라도가 어디있고 경상도가어디 있냐,유전자까지 갈것도없고 오직 한국인만 존재할뿐, 지나친 향토의식 분열만 초래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