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으면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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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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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임종수(자유기고가)
1997년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은 IMF(국제통화기금)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른바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IMF사태는 한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무수한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해체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히 전쟁의 참상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IMF 파산선고 3일전까지 한국 언론은 태평이었고, 특히 조선일보는 왜곡정도가 가장 심했다.

조선일보는 97년 3월 8일과 9월 18일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등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고, 9월 11일자 <“한국 외환위기 아니다”>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주한외국 금융기관장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97년 8월 21일과 22일에는 <불안하지만 위기상황 아니다>, <“한국 성장률 더높아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외환위기를 축소, 은폐했다.

그러나 당시 외국 언론들은 국내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의 외환위기를 지속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11월 3일자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긴급기사로 전 세계에 타전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IMF사태 이틀 전까지 (97년 11월 20일)하다는 기사를 태연하게 보도했다. 마치 이승만 정권이 야반도주하면서 한강다리를 폭파하기 직전까지도 수도서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해서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켰던 것처럼.

신문은 금년 초부터 한국경제가 어둡다는 기사를 매일 도배하다시피 보도하면서 시장불안을 조성하고 경제심리를 위축시켜왔다. 그러나 미래의 경제상황을 앞서 반영하는 한국증시는 지난 5월 이후 수직 상승하여 1,000포인트에 안착하는가 싶더니 거침없이 상승하여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도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제네바에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11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지난해보다 12단계나 뛰어오른 17위로 평가했다. 안정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한 점을 상향조정 이유로 꼽았다.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국내언론의 진단과는 사뭇 다르다.

‘8.3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신문은 연일 미흡한 조치라는 냉소적 보도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위축론’ ‘조세저항’ 운운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과거 부동산 투기를 ‘망국 병’이라고 단정하며 비판했던 것과는 너무 판이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일반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 강북 재개발 지분, 입주를 앞둔 분양권 등 지역과 부동산 대상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급매물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매수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아 당분간 집값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마디로 완벽한 대책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신문은 여전히 딴죽이다.

언론 보도는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국가위기 상황이나 경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더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 옳다.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외면한 채 낙관 일변도식 전망이나 ‘흔들기’ 기사를 남발한다면 공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신문보도와 정반대로 움직이면 돈을 번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prclub@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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