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꼴푸’가 된 이유
‘골프’가 ‘꼴푸’가 된 이유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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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우리나라 골퍼 수가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0년전만 해도 경기도 일원이나 제주도에 간간히 있던 골프장이, 이제는 전국의 물 좋고 산 좋은 명당자리면 절집 들어서듯 들어서고 있다. 골프장이 대중화되면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주말이면 골프채를 차에 싣고 골프장을 찾아 떠나는 풍경은 이제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면서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골프카드 출시, 증권업계의 골프 관련 서비스, 심지어 자동차 회사들은 각종 대회의 홀인원 상품으로 자동차를 증정하기까지 한다.

영업맨들도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접대 대신 골프 접대를 가장 '영양가'있는 접대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골프는 이제 '있는' 사람들의 스포츠가 아니라 '교양필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골프 과잉'현상이 빚어낸 부작용 중에 하나가 바로 '에티켓' 문제인데, 일전의 광주은행장 캐디 폭행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골프의 처음과 끝이라는 '에티켓'은 날아온 골프공에 흥분한 저명인사에게 남의 나라 예법이 되었고 이내 힘없는 여성 캐디를 걷어차기에 이르렀다.

20대 중반의 한 캐디는 “일부 지각없는 남성 경기자들 중에는 캐디를 ‘게임 보조자’의 역할로 생각하기보다 자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거나 밖에서 만나자고 졸라대서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골드레이크 C.C의 경우도 이러한 남성 경기자들을 위해서 캐디들에게 몸매관리를 강요하며 '물 관리'를 했던 모양이다.

유달리 에티켓이 강조되는 유럽에서 건너왔다는 '골프'가 우리나라에 와서는 '꼴푸'쯤이 된 것은 아닌지. 골프장이 지자체에게는 세수(稅收)를 위해, 사업가에게는 거래를, 정치인들에게는 은밀한 대화를 위한 장소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이유다.

강남에 귤을 강북에 옮겨 심었더니 탱자가 되었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중국의 고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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