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사고로 탈바꿈할 때
유목민의 사고로 탈바꿈할 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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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오늘] 박몽구 시인

   
참여정부로 명명된 노무현 정권의 임기가 딱 절반인 시점이 되었다. 그에 따라 각계각층에서 그 공과를 두고 논란이 물 끓듯 하는 것을 본다.

특히 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하는 광주.전남에서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제3공화국 박정희 정권에서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을 푸대접과 핍박에 시달려온 지역 정서를 생각하면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시인 김지하는 그 같은 정서를 가슴에 안아 ‘뜨거운 남쪽은 반란의 나라’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나라’라는 표현을 써서 사생아같이 무관심과 핍박으로 점철된 역사를 은유했을까.

그런데 명색이 지식인으로서 걱정되는 게 한 가지 더 생겼다. 이른바 정권 재창출에 대한 논의가 몇몇 참여정권의 떡을 나눠먹은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이다.
노 정권이 무너지면 광주전남을 둘러싼 보호막은 갈가리 찢기고,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인데, 뜻있는 사이에서 이를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특정인, 특정 세력이 권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민주적 성과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나아가 사심 없이 개혁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일 것이다.

얼마 전 ‘광주민중항쟁동지회’ 서울 모임에 참석했다 견문한 것인데, 최근 몇 년 동안에 사망한 회원들의 80% 이상이 자살로 운명을 마감했다고 한다. 수 십 년 동안 독재정권의 감시와 배제로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항쟁의 주역들이 관심권 밖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쟁의 주역들 가운데 대학과 전문직종 등에서 변변하게 둥지를 튼 이들은 지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는 더욱 오늘의 광주를 만든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과 배려는 더욱 줄어든 느낌이다.

그런 가운데 광주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비엔날레와 문화도시 조성사업이 거액을 들여 추진되는 것은 참으로 철면피하고 잘못된 일이다.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현대의 인간을 가리켜 ‘욕망하는 기계’로 표현했다. 상품가치가 최우선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인간들은 기계처럼 일정한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욕망하는 기계들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썩게 마련이므로 꾸준히 새로운 사고와 자리 바꿈으로 대처하는, 유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들뢰즈는 자본주의적 왜곡으로 인해 기관 없는 신체들이 넘침으로 해서 현대는 사막화해 간다고 진단한다. 누구에게나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 물이 넘치는 세상이 된다는 논리이다.

모름지기 이 정권에 참여하는 광주.전남권 인사들은 ‘기관 없는 신체’들로 채워진 이들이 아니기를 빈다. 그들이 선 자리는 개인의 능력도 있겠지만, 작게는 광주민중항쟁의 주역들과 크게는 천년 동안 핍박을 묵묵히 감내하며 새 세상을 갈망해온 민초들의 비원이 서린 자리이다.

필자는 그분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에 앞서 광주전남의 민심의 실체를 읽고, 나아가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행보를 옮기를 바랄 뿐이다.

/박몽구 시인poetpar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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