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제도 폐지돼야
직권중재제도 폐지돼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7.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데이 오늘] 이상갑 변호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병원노조) 산하 개별병원노조들은 지난 20일부터,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병원노조는 직권중재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22일이 시한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가 내려질 경우 참여 병원노조의 범위를 넓혀 파업의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일각에서는 항공운송사업에도 직권중재제도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도대체 직권중재제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기본법은 노사분쟁의 조정과 관련하여 사업장을 크게 세가지로, 즉 일반사업장, 공익사업장,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제한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일반사업장과 공익사업장은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조정 신청일로부터 10일(일반사업장) 또는 15일(공익사업장) 동안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고 조정 결과 노사양측이 노동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어 쟁의가 타결되고 일방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그 때부터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이 이뤄질 가망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조정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그 사건의 중재회부를 해당 노동위원회에 권고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그 사건을 중재에 회부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며, 중재에 회부된 때에는 그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그 이후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쟁의는 대부분 중재에 회부되고, 결국 조정기간 15일, 중재기간 15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될 뿐 아니라 중재재정이 내려져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결국, 직권중재란 필수공익사업장 노조가 쟁의를 하려고 할 경우 노사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정부가 개입하여 ‘합법적으로’ 쟁의를 금지시킬 수 있는 제도인 것입니다. 현재 필수공익사업장은 철도, 수도ㆍ전기ㆍ가스ㆍ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병원사업, 한국은행, 통신사업을 말합니다.

노동위원회는 그 동안 사업주에 편향된 직권중재(중재재정)을 남발하여 왔습니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이 직권중재제도가 있는 한 노조와 신뢰를 구축하고 성실한 협상을 통해 쟁의행위를 예방할 절실한 필요가 없습니다. 노사간 자율교섭을 통한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노동위가 직권중재에 의해 파업을 금지할 것이고, 직권중재가 있었음에도 파업을 강행하면 불법파업이 되어 노조지도부 등을 제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권중재제도는 단체행동권 뿐만 아니라 사실상 단체교섭권까지도 제약하고 있습니다. ILO가 1993년 이래 13차례나 우리나라 직권중재제도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를 권고한 것 역시 위와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1996. 12. 26. 9명의 재판관 중 5명의 재판관이 직권중재제도 해당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인 6인에 미치지 못하여 위헌불선언 결정을 한 바 있고, 2003. 5. 15.에도 다소 개선된 관련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관하여 4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병원노조 쟁의가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은 제외하고 있고 직권중재제도 자체가 존폐가 논란이 되는 부당한 제도인 점을 고려할 때 병원노조 쟁의에 대한 직권중재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고,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사업을 추가하려는 시도 역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