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세련돼져라
기아차 노조, 세련돼져라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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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채용비리와 관련, 기아차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돈을 주고 입사한 직원 115명 중 112명은 5~7일 출근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나머지 3명에게는 '해고'통보를, 입사를 알선한 장기근속자 등 22명에게 '권고사직'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회사의 조치에 일부 언론에서는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도 각각의 주장을 담은 의견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과연 돈을 주고 입사한 112명의 신입사원과 동생, 자식, 친인척을 입사시키기 위해 노조간부에게 돈 심부름을 한 22명 중 누가 더 문제가 되느냐는 주장이다.

기아차 노조는 요즘 괴롭다. 누구의 말만 귀담아 들어줄 수도 없는 형편에다 현장에서는 '노조가 회사에 끌려다닌다'는 비난에서부터 '동료를 지켜주지 못하는 노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원망까지. 문제는 기아차 노조가 채용비리를 마무리하는 절차로서 ‘징계 문제’에 아무런 관점이나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정관계 연루설이 터져 나올 때만 해도 시민들은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지켜 보았지만 '역시나' 쏙 빠져 나갔고 회사 역시 노조의 채용 장사를 묵인하고 인사, 노무 관계자들까지 돈 잔치를 벌였음에도 채용비리와는 무관한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징계의 칼날을 겨누었다.

22명 중에는 정년퇴직을 앞 둔 윤 모씨도 포함돼 있는데 윤 씨의 경우 단체 협약상 장기근속자는 인사 추천이 가능함에도 노조가 아들의 추천을 외면하자 노조 간부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밝혀져 '권고사직'에 처해졌다. 그야말로 '힘 없고 빽 없는' 평조합원들만 도마 위에 올려진 셈이다.

노조는 징계문제에서도 불명확한 태도로 입살에 오르더니 ‘혁신위’문제에서도 세련되지 못한 언론 플레이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번 일을 기화로 7천여명이 넘는 조합원을 이끄는 노조가 더욱 세련돼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빨간 조끼'로 대변되는 노조 간부와 대의원의 특권 의식을 돌아보고 노동 운동의 본령이 무엇인지,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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