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만의 ‘영화제’?
당신들 만의 ‘영화제’?
  • 김하림
  • 승인 2005.06.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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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오늘]김하림 조선대 교수

그 동안 파행과 잡음으로 일관되었던 광주국제영화제가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사직의사를 표명했던 조직위원장은 영화제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복귀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수석프로그래머는 며칠 전(6월 13일) 어느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게 관객에 대한 예의인가. 과연 이런 졸속 영화제를 관객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순전히 그들만의 책임회피용 행사를 하는데 시비와 국비를 합쳐 10억원 이상을 3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쏟아부으려고 한다. 광주는 그렇게 버릴 돈이 많은가. 파행의 책임이 있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다음부터 잘 할 생각을 해야지 책임회피부터 하려 한다면 그들에겐 전망이 없다.”

광주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내용을 접하고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전국에서 재정이 가장 열악한 광역자치단체에 속하는 광주가 ‘광주는 그렇게 버릴 돈이 많은갗라는 지적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국내에서 거행되는 국제영화제는 네 개 정도 된다. 부산, 부천, 광주, 전주가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이다. 이 중 광주국제영화제는 맨 꼴등이라는 지적과 평가가 내려진지는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해마다 ‘그들’ 끼리만 모여서 영화제를 개최하고, 예년에 비해 성대하게 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광주국제영화제’이다.

광주전남문화연대에서는 그 동안 제1회부터 지속적으로 영화제 모니터링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공개했고, 토론회도 주최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국제영화제가 ‘정체성’이 모호하고, 시민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매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꼴이다.

수석프로그래머는 한탄을 금치 못해, “프로그래밍의 80%를 다 해놨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 프로그래밍은 이미 사직서를 낸 본인을 포함한 두 명의 프로그램 팀원이 3개월에 걸쳐 70% 가량 만들어놓은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두 명의 프로그래머는 그 가운데 겨우 30% 정도를 책임졌었는데, 그들이 직접 보지도 않은 영화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프로그램 차질은 영화제의 결정적 파행이다. 집행위원장은 마치 그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영화제를 대충 때우고 있다.

현재 상태로 영화제를 개최할 경우 올 영화제 프로그래밍은 아마 엄청난 졸속을 면치 못할 것이다.”처럼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영화제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런 전국적 창피를 왜 광주시민이 겪어야 하는가? ‘그들’ 만의 잔치에 왜 ‘광주’시민이 부끄러워야 하는가?

사실인지 비아냥인지 모르지만, 현재 광주국제영화제 이사회의 평균연령은 세계 영화제 관련 조직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영화는 물론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주 고객층이 청소년에서 청년층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렇다면 이 층들이 요구하는 ‘컨셉’은 무엇인지 한번 고민하거나 조사해보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런 것들이 있다면 공개하라고 권유하는 바이다. 광주에는 자발적으로 영화에 ‘미쳐서’ 활동하는 청년그룹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서 ‘영화제’에서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앞에서 지적했지만, 광주국제영화제는 ‘정체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지적은 첫째 영화제 관련자들이 광주의 역사와 전통에 어울리는 영화제 ‘테마’는 무엇인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둘째 이는 결국 영화제 관련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셋째 시장과 시의 영화제에 대한 마인드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주국제영화제는 이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망신이 되어버렸다. ‘광주’의 이름으로 ‘광주’의 불명예를 초래하는 이런 ‘당신들 만의 영화제’를 언제까지 이대로 두어야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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