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법의 역사와 개정방향
사면법의 역사와 개정방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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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오늘]이상갑 변호사

1948. 7. 7. 대한민국 법률 제1호로 제정된 ‘정부조직법’은 제정이래 최근까지 61차례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8. 30. 법률 제2호로 제정된 ‘사면법’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개정됨이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대변화를 모두 수용할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국회의 직무유기의 결과일까요? 사면권 행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이 자명해집니다.

사면에는 형의 종류를 정하여 그에 해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행하는 일반사면과 특정한 자를 선정하여 그에게만 행하는 특별사면 2가지가 있습니다. 정부수립 이래 일반사면은 모두 7차례 있었고 특별사면은 87차례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부 등장 이래 지난 17년 동안 일반사면은 단 1차례 실시된 반면 특별사면은 26차례 실시되었습니다. 사면법의 진짜 이름은 ‘특별사면법’인 셈입니다. 독일의 경우 지난 60년간 단 4차례 사면이 있었던 사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사면권은 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사면은 법률의 획일성이나 경직성,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만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실시된 특별사면 중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다 실정법에 의해 처벌된 양심수들에 대한 것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설정한 사면의 허용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실시된 불법대선자금 사건 관련 기업인 31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비롯하여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재벌 총수 등에 대한 특별사면 등 대부분의 것은 국민통합,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권력자의 제 식구 챙겨주기, 여야간 주고받기, 기업인 봐주기에 악용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면법이 57년 동안 최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 개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이 법률의 최대수혜자 중 한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별사면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명단과 죄명, 형기 등을 국회에 통보하고, 형 확정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에 대해 특별사면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특별사면의 주된 대상이 부패에 연루된 정치인, 그들과 검은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경제인이었음을 돌이켜볼 때, 국회의원들에게 견제권을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맡기는 꼴이라고 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법무부 산하에 외부인이 참가하는 사면심사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의 형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형 확정일로부터 1년, 징역형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서는 형기의 1/3 이상이 경과되어야 사면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프랑스의 경우처럼 부정부패를 범한 공직자와 경제인,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와 정치적 차별을 범한 자, 조직폭력배 등 일정 범법자에 대해서는 사면할 수 없도록 하는 사면권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사면법은 부패사범 구조법, 정경유착사범 특권법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더 이상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 만을 강조하면서 이 부패방패를 존치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부패와 특권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힌 바 있지 않습니까.

/이상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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