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타운의 눈물과 웃음
솔뫼타운의 눈물과 웃음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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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아파트로 이사가자는 딸의 성화에 못이겨 여기저기서 돈을 구해 아파트로 들어왔어요. 그 날 기분이 좋은 딸은 저녁내 노래를 부르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지난 4월말 19평아파트로 이사 온 김모(여.40)씨의 사연이다. 회사는 부도가 나기 며칠 전까지 회사의 사정을 숨기고 입주예정자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임대 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려는 주민들까지 발목을 잡았다. 부도가 나기 전에 주민들에게 분양전환을 서두를 것을 일러주던 S사와는 사뭇 대조된 모습이었다.

입주 5년째 분양의 기회가 온 지난해 12월. 회사는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제시해 주민들은 분양전환을 포기하고 임대기간을 1년 연장해 생활해 오다가 이번 사태를 맞게 됐다.

회사 대표는 주민들 앞으로 '죽을 죄를 지었다'는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잠적 중이고 급여를 받지 못한 회사 직원들도 사무실을 비우고 뿔뿔이 흩어져 누구 하나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 없이 주민들만 '백척간두' 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유비쿼터스가 어쩌고 줄기세포 배양이 저쩌고 하는 세상이지만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에게 세상은 그저 정글일 뿐이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설움을 경험해보지 않은 책상놀음의 정책입안자와 공익적 책무라곤 들어본 적 없다며 이윤추구에만 눈이 먼 건설업자가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거기에 국민의 세금을 로비와 짬짜미로 탕진하고 서민들에겐 원칙과 서류를 들이대며 을러대는 공기업들이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알량한' 보증금을 더욱 처량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주민들은 서둘러 대책위를 꾸리고 지혜를 모으는 성숙한 대응으로 힘을 추스려 가고 있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한 주부는 “부도가 나기 전에는 그냥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였지만 지금은 ‘솔뫼타운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됐다”며 밝은 웃음을 웃었다. 솔뫼타운은 지금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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